다녀왔어. 그리고 잘 왔어.

2025년 10월 10일의 마음

by 슴도치


연휴가 길었다.

만난 이후로
우리는 길게

함께다.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처럼
집 밖을 나다닐 때는

다녀올게.
다녀왔어.
하고 인사를 한다.

다녀왔다.라는 말처럼
안심되는 말이 있을까.


나의 귀환을
네가 환영해 주길
바라는 마음.

잘 왔어.
하고 말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웃는다.

나도 모르게

내가 없어도
나는 웃고 있을 거였다.

내가 없이도
너와 있을 거였다.

나보다
너의 존재가
나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같은 시간에
잠에 들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관심사를 갖고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온도가
동일한 마음이 되어간다는 것.

어째서 그런 게
좋은 걸까.

인간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놔야
속이 편해지는 걸까.

그래서 연인을 만나고
자식을 낳고 그렇게
‘나’라는 가족을 만드는 걸까.

그렇게 죽음을
보완하는 걸까.

오늘도 네가
나의 죽음을
연장한다.

나의 삶을
보장한다.

서로에게
최선이 되어간다.

가끔 다투지만
그 시간이 짧아진다.
간격은 길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늘
어이없이 웃어버린다.

악몽이나
환상통처럼.

두렵고
놀랐던 마음이
단숨에
허탈해지는 순간.

우리의 미움은
허상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허상 같던 사랑은
생생한 실재가 되어버렸다.

다녀왔어.

네가 문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팔짝 뛴 네가
내게 안겨서

세상의 마지막 말처럼
속삭인다.

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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