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다리

2025년 10월 31일의 마음

by 슴도치



너는 공든 탑 같다.

네가 공들여 쌓아 올린

탑 같다.


하늘을 찌르려고

지은

바벨 탑 같다.


너의 아집과

이기


진득한 아교로

붙은 벽돌 같다.


너는 이미 하나의

문명이고

야만이다.


네 세계에 규칙은

불규칙이고

혼돈이다.


탑은 하늘보다 높이

쌓여 있다.


나는 그 탑에

몸을 부딪힌다.


피사의 탑처럼

조금씩 기울어지길.


하지만 너의

탑은 견고하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너는 말뿐이다.

이제는 변한다고

바뀐다고


하지만 네 탑은

더욱 높아지기만 한다.


그것은 가장 먼 곳의

나의 세계에서도

잘 보인다.


탑이 높게 쌓이는 만큼

나의 세계도 서서히

작아진다.


그 탑은

내 세계의 자원을

가져다 쓴다.


너는 말도 않고

나무를 베어 가고

돌을 깨어간다.


나는 작아질수록

멀어진다.


완벽한 너의

탑 앞에서

내 세계는

조금씩 작아지고

멀어지고

소멸해 가는 중이다.


나는 탑에 몸을

부딪히는 걸

그만두었다.


이 탑은

결국

너만이

무너뜨릴 수 있다.


그 탑을 내 세계 쪽으로

쓰러뜨리면

우리의 간극 사이에

네가 만든

다리가 놓일 것이다.


그 높기만 한

창처럼 뾰족한

창 같은 탑은

우리 사이의

평평하고

넉넉한

다리가 될 것이다.


너의 변화는

내가 이끌어내는 게

아니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다.

변화는 너의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너의 의지와

나의 인내

그것이 아교처럼

끈끈하게

우리 둘 사이에

붙어있는다면

그때야말로

저 높이 솟은

너의 탑이

내쪽으로 천천히

기울 것이다.


그때야말로

우리의

두 세계는

둘이면서

하나 될 것이다.


너는 아직도

탑의 문을 열지 않고

안에서 뚝딱뚝딱

잘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너의 방향이

내 쪽을 향했으면 좋겠다.


나는 탑 앞에서

앉는다.


그리고 오로지

문만 쳐다본다.

나는 기다린다.


그것이 마치

우리 사이의 유일한

열쇠인 양.


저 문이 열리지 않고

마침내 탑이 완성되고

내 세계도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문 앞에서

너를 기다릴 것이다.


언젠가

문을 빼꼼히 열고

나온 네가

탑 한 켠으로 가

작은 벽돌 하나를

빼내고


그 견고하고

높은 성이

단숨에 내 쪽으로

무너질 날을


나는 잔뜩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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