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형 독감의 임상보고서

2025년 11월 14일의 마음

by 슴도치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

감기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감기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증요법만 가능한 자연 회복성 질환

증상만 완화할 뿐

원인 제거 불가.


내 마음에도

다양한 바이러스가

다녀갔다.


그것들은 내 마음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존하려고 침투한다.


하지만 함께하기에

내 마음이

너무 혹독하다.


나는 바이러스를

쫓는다.


그 끝에는

네가 있다.


너는 나의 감기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도

치료하는 사람도

원인은 하나인데

증상은 여러 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아프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이 똑같다.

기억이 독같다.


온몸에 전이된

생각은 나를

간단히 망친다.


해체하고

먹어버린다.


그때의 너를 본다.

그때의 나를 본다.

그때 우리는 왜 그랬을까.


허공의 의문은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책망이고

자책이다.


그러니까 바이러스다.


아픈 나를 보며

너는 꼭 운다.


그 눈물에

안도감이 드는 건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일까.


네가 내 이름을 부르고

사과와 위로를 한다.


기억은 바이러스고

네 얼굴은 알약처럼 동그랗다.


나는 너에게 할 말이

아주 많다.


그러나 그것은

바닷물 같은 거여서

다 쏟아내었다가는

아무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지구만 한 바닷물을

통째로 삼킨다.


그 안에 바이러스도

알약도 바닷물보다 짠

내 울음도 있다.


그 속에서 네 이름을

부른다.

네가 내 이름을

따라 부른다.


언젠가는

우리가

같은 발음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아침 약을 먹고

저녁에 잠이 깬 날에는

비몽사몽

네가 무슨 말을 했다.


대단한 거 아니고

그냥 말 몇 마디.


새로운 치료약처럼


어느 날에는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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