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의 마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될 일이 있다.
너는 늘
하고 싶은 일 쪽으로
간다.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한다.
나에게 온갖 나쁜 일은
다 저질러놓고
불을 지르고
쑥대밭을 만들고
내쫓았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사고
초대를 한다.
나는 꼭 폐허 같다.
너라는 독재자가
살고 있는 폐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마약이 끊긴 마약중독자처럼
나를 노려본다.
너에게 감정은 중독이다.
관심과 유혹
보석을 본 까마귀 눈빛.
어째서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길까.
너는 또 자신을
도매로 팔려고 한다.
나는 이제 그런 것이
버겁다.
자신을 망치는 모습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참고 버티는 게 사랑일까.
그런 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자학에 가깝다.
나는 두 번째로 밀려나는 것이
싫다.
내 말이 네게 닿지 않는 것이
싫다.
네가 우리보다
더 커지는 게 싫다.
그 일회성 감정 때문에
또다시 내 세상이
폐허가 되어버리는 게 싫다.
나는 백 년짜리
약속을 원한다.
그 뒤에 다시 백 년.
아마 그런 것을
영원이라고 부른다지.
네가 돌아올 때쯤
나는 여기 없을 거야.
문을 열고 나가려는
너의 안개 같은
뒷모습에 대고
내가 말한다.
그런 협박은
예전에 네게
아무 경고도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거기 있었고
너는 모른 척
나를 내버리려고 했었으니까.
너는 나가려는 자세
그대로 나를 돌아본다.
너의 눈썹, 눈동자
머리카락, 흔들리는 손
멈춘 발.
그 모든 비언어적인 표현이
묻는 건 단 하나다.
정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무 대답 없음이 나의 대답이다.
그 대답 없음이 얼마나
단호한 지 네가 알길 바랐다.
진짜 헤어짐은 유난스럽지 않다.
미련이 남지 않은 사람의 이별은
고요하다.
태풍 뒤에 오는 침묵처럼.
나는 더 이상 너라는
재해를 버텨내지 않겠다.
나는 더 이상 폐허로 남아있지 않겠다.
내가 중요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너의 부재는
우리로 성립할 수가 없어서
내가 지켜야 할 것도 없다.
소파 옆으로 돌아와
네가 앉는다.
너는 내게 꺾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너의 마음에 찜찜함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너와
너를 바라보는 세계가
우리의 세계를
침범할 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나는 우리의 군대를
국경선으로
옮긴다.
폐허의 나라에도
지친 병사들은 있다.
네가 가방을 내려놓고
내게 몸을 기댄다.
너의 세계가 좁아진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가 커진 거라는 사실을
너는 언제쯤 알게 될까.
오늘 너의 패배는
패배만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사랑이란 자신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것은 굴욕도
부담도 강압도 아니다.
오직 자발적으로 연속되는
항복만이 사랑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
오늘 너의 패배는
다음의 나를
패배시킬 것을 나는 안다.
그렇게 서로에게
끝없이 져주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우리로서만
이기게 될 날이 오겠지.
그러니까 그날들을 위해
오늘 하루 정도는
무참히 져주는 것이다.
너도
그리고 나도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