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의 마음
우리는
헤어지고 말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우리는
헤어지게 된다.
삶으로든
죽음으로든
우리의 이별은 만남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
너는 또 약속을 어긴다.
약속을 할 적에는
진심이지만
너의 진심은
알코올로 만들어져 있다.
돌아서면 증발하는
미약한 것.
그래서 내가
술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너의 진심 아닌 진심을
더 가까이하고 싶어서.
너는 약속을 왜, 어떻게
어겼는지 자세히도 말한다.
마치 과속단속을 한
경찰관 앞에서 주저리
떠드는 사람처럼.
사실 약속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하하- 웃고 넘어가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너는 또 나와의 약속을
핑계 뒤로 던져두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휴지 조각 같은 거였다.
아무도 줍지 않은
휴지 조각.
나는 또다시 너의 영토 바깥으로 밀려났다.
네가 불러줄 때까지
나는 변방에서
너의 부름을 기다린다.
그것은 암묵적인 유배와 같다.
신하와 임금.
이 관계는 애초부터
글러먹었다.
네가 책임과 의무를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관계는
끊어진 철로를 달리는
기관차다.
기세 좋게 달리지만
결국에는 고꾸라지고 마는
그런 관계.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쁨은 내일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널 행복하게 해주는 기쁨은
백 년이 지나도 남는다.
네가 깨달았으면 하는
성경과도 같은 구절.
나는 널 행복하게 해주는 게 좋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네가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약속과 더불어
실행되는 것이다.
약속 없는 사랑은
그저 뜨거운 불꽃일 뿐이다.
밥을 지으려고
아궁이에 들어간
불꽃이 사랑이다.
서로의 약속된 틀 안에서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결국 사랑이란
그런 계약의 연속이다.
나와 너의 고삐를
나눠 쥐는 것.
그러니까 네가 한 말은 다 핑계야.
내 말을 듣고 기분 나쁜 네가
문을 팍 닫고 나가
거실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날, 우리의 전쟁의 시작은
너의 노래 때문이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따지고 보면 원인은 참 하찮다.
화해 또한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이면
우리는 또
서로를 보듬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그 이별은 언제고
올 것이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그러나 그 이별이
온갖 핑계와 거짓으로 장식된
싸구려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건
아니었으면 싶다.
사랑이 약속 위에서 지속된 거라면
너와 나의 이별도 약속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아무도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널 위해 만들어둔
백 년이 지나도 남을 행복 몇 개쯤은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헤어지고 말 것이다.
그 문장 바로 전에
들어갈 문장은,
우리는 넘치도록 사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