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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세계사 여행

요나스 요나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by 겨울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2013년 발간된 책이다.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책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누군가의 삶은 세계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요나스 요나손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또한, 한 여자의 삶을 세계사적인 사건들과 연관하여 전개하는데, 작가의 기지 넘치는 호기심과 상상력에 한 번 책을 들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책의 첫 장면은 100살 노인인 알란 칼손의 생일파티 준비로 시작한다. 생일파티가 시작되기 1시간 전 650크로나를 들고, 창문을 넘어 사라진 노인의 여정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는 기막힌 여정이 된다.


양로원에서 나와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한 청년의 캐리어를 우연히 맡게 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데, 노인은 어떤 의도 없이 그저 버스를 탔을 뿐이다.

후에 캐리어를 찾아 쫓아오는 일당들을 피해(?) 알란은 버스에서 내려 만난 사기꾼 율리우스, 전공만 수십 개를 바꾼 박학다식한 길거리 장사꾼 베니, 예쁜 코끼리를 키우는 구닐라와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과 유머가 넘치는 모험을 하게 된다.


특이한 것은 알란 칼손이 살아온 내력이다. 1905년에 태어나 스웨덴의 시골에서 자란 알란은 어릴 적부터 폭탄 제조에 관심과 재주가 많았는데, 폭탄실험을 하다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어쩌다 적군의 대장을 살려 그의 영웅이 되기도 한다. 또한 맨하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있다가, 핵폭탄의 결함을 이야기하면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곁에 머물게 되기도 한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겪으면서 감옥에도 가고, 대통령의 곁에서도 머물게 되는 알란의 인생은 소설 주인공의 삶이라기보다는 시트콤의 주인공에 더 가깝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언제나 어쩔 수 없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순응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알란에게는 늘 행운이 따른다.

목숨이 위험한 상태에서도 과거의 인연이나 자신의 특기로 위험을 모면하고, 오히려 친구도 생기는 신기하면서도 굴곡 많은 알란의 인생 이야기는 책에서 눈길을 뗄 수 없게 한다.


작가가 김일성의 생애에도 관심이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10살의 김정일이라니, 이들도 타국의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가는 역사 인물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진지한 유머 속에서 역사적 사실을 속속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확실히 기자와 PD로 오랜 기간 일해 온 만큼, 마치 천명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시나리오를 읽는 것처럼 인물의 캐릭터가 눈에 그려진다. 마지막에 ‘복습해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는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동명의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개봉했을 때 책과 영화의 캐릭터를 비교해보며, 상상을 구체화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 인간이 100년을 사는 동안 겪어왔던 많은 일과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과정이 두꺼운 이 책 속에 있다.


어쩌면 실화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만큼 정교하게 녹여낸 사건들을 여러분도 함께 즐겨보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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