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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한비야, 『1그램의 용기』

by 겨울집


한비야라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모두 옹기종기 앉아, 단 한 사람 일어선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기억은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저 그런 강의였다면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이유는 없다.


그날 나의 마음을 움직인 단 한 문장.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던 한비야 씨의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맴 돌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과연 나는 그 문장에 맞추어 살아왔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가슴 뛰는 일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한비야는 “1그램의 용기”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1그램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자 국제구호활동가로 오래도록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비야 씨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은 긴급구호 활동이다.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고귀한 일이야말로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로는 제격일 것이다.

그녀는 이 일에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들게 된 것이 긴급구호팀장 일을 맡기 전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했던 소말리아에서 만난 케냐의 한 의사 때문이라고 말한다.


풍토병으로 피고름이 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리낌 없이 대하는 그 의사의 모습은 100%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왜 이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것에만 쓰는 것은 아깝잖아.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던 의사는 한비야에게는 평생을 가슴 뛰는 삶을 쫓아다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신체를 죽을 때까지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인가. 한 손은 자신을 위해 다른 한 손은 타인을 위해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작은 실천조차 어렵다. 누군가를 돕고 나누는 일도 연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서 하나하나 시작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더 먼 곳의 사람들까지, 지구 안에서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가슴을 뜨겁게 하고 살아가는 자세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뜨겁게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것 아니겠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한발 한발을 내딛는 것은 어쩌면 단 1그램의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르막을 오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오르막을 올라야 근육이 늘고, 폐활량이 좋아지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것에 끝까지 도전해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모르게 가까이 가 있을 것이다.


지금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 걸음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잡아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한비야의 “1그램의 용기”가 나에게 그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1그램의 용기이며, 가능성과 두려움이 반반일 때 1그램의 용기, 한 발짝의 발걸음만 보태준다면 우리는 모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


자, 이제 1그램의 용기를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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