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장영주의 연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은 어떤 불행 혹은 행복을 함께하기로 세팅된 사람들이다.
우리가 만나는 여러 상황들에 함께 대응하기로 약속한 집단
그들의 감정은 진실보다 지정값에 가깝다.
엄마가 재능을 애매하게 줬기 때문에 난 범재까지밖에 못 되는 거야.
천재가 아니라.
엄마는 천재만 보잖아.
장한나의 데뷔 무대를 보며 딸이 하는 말
장한나가 무대에 나와 지휘자와 악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협연자로서 한 사람의 연주자로 나이를 초월한 당당하고 초연한 모습
나의 우울한 시간을 함께한 사라장의 스윗 소로우
비탈리의 샤콘느 같은 것을 듣다보면 지금 나의 상황은 비현실적인 무엇인가가 된다.
무력한 기분
Vitali Chaconne - Sarah Chang (youtube.com)
나는 대니구 같은 아들과 장한나 같은 딸을 꿈꾸는데,
이것은 역시 덧없는 꿈일 뿐인 것이다.
한나장이나 사라장이나 이들은 지휘자를 보며 눈빛을 보내고 웃는다.
그들의 표정엔 만족감이 묻어 있다.
저 잘 하고 있죠? 하는
절로 나는 웃음의 기운에 함께 헬쭉 웃는다.
천재들의 연주다.
자신들의 소리에 만족하는 표정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완급 조정이 완벽한 연주들
정트리오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나의 귀를 채워주었던 지난 시간의 음악가들
개인적으로 사라사테의 음악을 좋아한다.
끝에서 끝을 치는 음의 향연
옆 얼굴에서 보이는 선뜻한 미소.
그것은 미소도 칼날도 아니다
어떤 선 위에 서 있는 이가 지을 수 있는 표정.
무상무념의 물아가 함께 뛰노는 연주를 듣는다.
장영주의 카르멘환상곡.
Sarasate: Carmen Fantasy Op. 25 / Sarah Chang(장영주) (youtube.com)
이 친구들은 눈과 표정으로 이미 이 곡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내가 이 곡을 원한다고.
당신의 해석과 상관없이 온전히 자신이 컨트롤하고 있다고.
어리든 말든 그 표정에서 지휘자들은 이미 압도되어 있다.
연주자가 가는 길을 터주는 그들의 지휘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