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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Mar 14. 2023

1억을 주겠다고?

같이 근무하던 오래 만난 후배가 있다. 갑자기 만나자고, 자신을 위해 조퇴를 해주란 말에 1시간 조퇴를 쓰고, 그 동생을 만나러 나갔다.


그 후배는 오늘 내게 자기가 로또가 되면 1억을 주겠다고 말한다. 그만큼을 주려면 당첨금이 100억쯤은 되야 하지 않겠냐며, 자기는 그날을 위해 매번 로또를 사고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나는 그 친구가 로또를 사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 돈으로 아이들 고기를 더 사서 먹였으면 좋겠다.      


    

그 친구의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잘 안다. 늘 똑같은 월급, 늘 똑같은 씀씀이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쉴 틈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로또, 연금 복권 같은 것에 당첨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본 적은 없다. 나 또한 요행을 바라는 사람은 아니어서, 몇 년 전에 로또를 지나가다 사 본 것이 끝이다.   

        

그런데도 그 친구가 로또가 당첨되면 자신이 뭔가 주고 싶은 사람 중에 나를 콕 찝어 말했을 때, 나에게 1억을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스르륵 아우~ 그만큼 나를 생각하고 있었니, 

나에게 그만큼 생각이 있었니,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네 머릿속에 있었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망이다.           



노래방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단 한 곡의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독자적인 공간이 필요했을 뿐,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생이 만들어주는 까나페를 먹으면서, 나는 한편으로 반성한다. 저 친구가 저런 생각을 할 때 난 저 친구에게 무엇을 줄 생각을 했는가.


          

어떤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다.

어떤 관계도 똑같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어떤 관계도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늘 같은 시점으로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 동생과 함께 일을 한 지는 5년여쯤, 함께 일을 하지 않은 지는 7년여쯤이 되었다. 우리의 관계 농도는 함께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를 비교해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이 달라졌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우리의 관계도 달리하자고 하기엔 너무 가까이 있었고, 같이 공유하기엔 우리의 환경이 너무나 달랐다. 그 친구도 그것을 알기에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시간을 일구며, 우리의 관계를 이어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삼 고맙다.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아도 나를 생각하는 이와 언제든 이렇게 함께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나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로또 당첨금액 수혜자에 내가 들어 있어서!!



PS. 그리운 건 그대가 아니라 그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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