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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Mar 20. 2023

그렇게 고개를 꺾고

받아온 무를 그냥 아일랜드 식탁 위에 두었더니 어떻게든 살아보려 무청이 고개를 꺾고 길게 자라났다. 냉장고에 넣지도 않고 방치한 나도 나인데, 살아보겠다고 고개를 꺾고 길게 자라난 무청도 고집이 세다. 그렇게 몸을 쑥 내밀면, 자신이 여기 있다고 알아줄 거라 믿었던 것인가.     


미안하다. 겨울 무, 맛있다는 겨울 무.     


봄이 다 되어가도 알아봐 주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 내일은 맛있는 무생채를 만들어 너를 먹어주겠다.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 재료로 너를 써주마. 잠깐만 기다리렴.


우선은 계란을 사와야 하겠구나. 맨날 뭔가를 하려면, 무엇인가 없다.      


다시 월요일, 그렇게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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