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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만 5천원

by 겨울집

언젠가부터 돈이 없을 때

현금이 없을 때

내가 입었던 옷들의 주머니를 한 번씩 뒤집어 볼 때가 있다.


예전의 나는 주머니마다 얼마씩을 넣어놓았고

어떤 옷을 입고 나가도 택시비는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아이들이 없는 집에서 한칸씩 한 켠식 정리를 하다보니


오늘은 아주 오래 전 교류했던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고

같은 가방에서 꽤 큰 금액의 현금을 발견했다.


46만 5천원이라는 현금은

누구나 쉽게 잊고 지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난 어떻게 잊고 지낼 수 있었을까.


정말 기억에도 없는,

왜 그 금액인지도 모르겠는 현금이 가방 안에 있었다.


현금보다 더 반가웠던

뜯지 않은

2007년 해외에서 온 편지를 이제서야 열어서 보고

그 친구에게 카톡을 남겼다.


너와 내가 예전에 이렇게 교류를 했었고

그 시절의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았고


그때의 우리를 환기하자는 의미로

그때의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더니


이 친구는 그때의 나를 참으로 좋아했다며

언젠가 다시 만나면 반갑겠다고 말한다.


10년은 훌쩍 넘어 전해진 서로의 감정들.

그럼에도 멀지 않은 감정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전해온 소식이 반갑고

꽤 큰 금액의 현금을 절실해 하지 않았던

나의 오늘, 편안한 매일도 사실

매우 고맙다.


언젠가 다시 또 어딘가에서

로또같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면 더더더 좋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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