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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날들에 대한 기록

by 겨울집

계획한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는 일은 별로 없다.


지난주의 계획은 대구를 가서 시간을 보낼 것이었지만,

지난주 수요일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병가를 내고

계획을 취소하고

아이들만 보낸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 혼자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펄펄 날아다녀도 될 시간에

발을 절룩이며

띄엄띄엄 발걸음을 걷는 시간,


주어진 띄엄한 시간을

하루는 아이 방을 치우고

하루는 각방의 이불을 세탁하고


하루는 아주 사소하게 미뤄왔던 일들

가령 가방 속 영수증들, 머리빗의 머리카락 정리, 화장대 정리, 냉장고 정리, 세면대에 뚫어뻥 등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찮아서 미뤄왔던 일들을 소화하고 있다.


내일은 운동화, 현관 정리, 버려야 할 옷들을 정리하다보면 시간이 또 가겠지.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인가

아이들의 부재를 견디지 못해 뭔가 계속 부스럭 거리는 것인가.


절뚝이던 발은 열심히 약을 먹은 덕분인지 부쩍 나아져

사람답게 걸을 수 있을 만큼이 되었고


눈이 내리고

도로가 얼고

추운 밤이고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고


우리는 또 새로운 울림을 향해 나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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