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_ 송길영
맨 처음 책을 펼치면 나오는 문구가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문구이다.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니, 우리의 삶 속에서 각자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깨치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의 마음을 캔다? 이 사람의 직업은 모두가 알다시피 다음소프트 부사장,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접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과 네이버를 거쳐갔고, 그렇기에 자신의 기록도 알게 모르게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검색 기록, 기록에 대한 리스트를 다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관심사와 앞으로의 분위기 또한 짐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이번 책이 좀 더 가슴에 와 닿는 건 진정성을 책 안에 기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앤드류 포터의 저서 중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이라는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진정성의 정확한 실체는 모르지만 진정성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으며 '진정성'이 뭐든 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라고 말이다.
진정성이란 결국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행위이며 내가 의도하고 내가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과정에 주체성과 전문성이 있어야 신뢰를 얻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와 하고 싶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그 진정성을 진정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송길영의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는 인간의 행동, 언어, 디지털 흔적 속에서 무의식적 메시지를 읽어내는 방법에 대해 다룬 책이다. 저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대중의 온라인 발화를 분석하며, 그 속에 담긴 욕망과 감정, 사회 변화의 징후를 포착해왔다. 이 책은 단순한 데이터 기술서가 아니라, 데이터 이면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중심이 되는 주장은 "행동은 언어보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욕구를 말로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검색 기록, 클릭 습관, 댓글과 같은 비언어적 데이터가 이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더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기존의 여론조사나 설문 같은 직접적 방식보다 관찰 기반의 간접적 접근이 실제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빅데이터보다 딥데이터"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단순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서 맥락과 정서적 함의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 분석이 기술적 역량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인간에 대한 이해, 공감, 사회적 문맥에 대한 감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책의 논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의 사적 행위들이 공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으로 확장된다. 예컨대 소비자의 후기, 자발적인 SNS 공유, 이탈률 등은 기업이나 사회가 대응해야 할 ‘신호’로 기능하며, 이 신호를 무시하면 정책이나 마케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통계 수치보다 비정형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하는 역량이 미래사회에서 중요하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는 데이터 분석을 인간 이해의 도구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해석의 대상으로 삼고, 어떻게 의미화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철학을 제시한다.
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관찰'과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규모 정전 때문에 18시간 동안 사회 전체 인프라가 먹통이 되었다고 하는데,
만약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어느 날 한순간 날아가버린다면,
우리는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