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헤쳐가는 방법
어릴 적 아빠는 아이들이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황도 통조림을 딱! 하고 까셨다.
아플 때는 기분 좋은 향이 나는 복숭아 통조림의 과즙과 달달한 국물이 아픔을 씻게 해준다며, 먹기 싫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우리에게 포크로 콕 찍어 입에 넣어주셨다.
아이의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선생님과 통화를 했더랬다.
가만히 있는 아이에게 장난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놀림이라는, 폭력이라는 행위를 했던 아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라고 묻는 선생님의 말씀은 내게 사건의 해결보다 사건의 확장을 막아달라는 요청 같아 보였다.
선생님께는 아이들의 장난이 아이의 신변에 위협이 된다면 접근을 말아달라 요청하고,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아이에게 황도를 얼음에 넣고 시원하게 만들어 먹으라고 주었다.
아이는 그 달달한 국물과 복숭아 과즙을 맛있게 씹으며, 도란도란 사건의 바깥 얘기를 한다.
사건의 핵심을 이야기하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나도 알겠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고개를 돌린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 선생님이나 부모의 손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이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