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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Mar 30. 2023

오늘 만난 희생자

하도리 주민 윤○○

 1949년 3월 3


 하도리 주민 윤○○(58)은 배를 이용하여 육지부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이었고, 마을의 대유지로 무척 잘 사는 사람이었으며, 세화지서 등 여러 곳에 희사도 많이 하였다.

 토벌대들이 무장대 가족이라며 죄 없는 사람들의 집을 방화하는 일이 잦아지자, 군인들에게 집을 방화하면 피해가 크니 마을에서 알아서 자진하여 뜯겠다며 말렸다.

 1949년 3월 3일(음력 2월 4일) 윤○○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무장대에게 생필품을 제공한다는 누명을 씌우고, 현재 하도리 신동회관 앞 밭에서 총살당했다.     




가 : 경해도 그 집은 잘 사는 집 아니우꽈게. 뭐라도 갖다주믄 괜히 왕 마을 전체 집을 불 태우지는 않을꺼우다.

나 : 경하믄 네가 가서 말 골아보잰? 먼저 챙경 갖다주믄 경해도 좀 낫지 않으카이.

가 : 경허난 내가 지서에는 골아놔수게. 알앙 햄시난 좀 고만이 이시랜.

나 : 급한 사름들이 우리 말 들으카이. 얼른 가서 윤○○이한테 말이라도 골아놓게.     



하도리 마을사람들은 그래도 살림이 넉넉한 이가 마을 사람들의 생사 안위를 챙겨줄 것이라 믿었을 게다.

그래서 경찰들이 들이닥치려고 할 때 먼저 좀 내놓으면, 그나마 좀 더 나은 상황이 발생하리라 생각했겠지.

아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총대를 매고 나섰으리라.    


 

윤 : 어떵 삼춘들이 영 할 수 이수과. 우리 판매하는 건 저기 배 태왕 가는 것만 해도 돈이 하영 들엄수다. 경 안해도 지서에 있는 거 없는 거 막 갖다줨신디, 얼마나 더 해야 직성이 풀릴거꽝.

가 : 나 말 좀 들어보라게. 너한티 뭐 안 받아오민 마을 전체를 태와불켄 햄서.

나 : 느네 집 누게 어서졌댄 하는 것도 우리가 막 막았다게. 

윤 : 그건 다들 소개해부난 그런 거 아니꽈. 우리집 사람들 어서진 사름 어수다게. 다른 마을 강 이신 디, 어떵 다 불러보카 마씨?     



하나 윤씨의 입장은 달랐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 전체를 자신의 힘으로 지킬 수 있는 여력도 없었을뿐더러,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가족들과 직원들도 있었을 터.

그러니 속수무책 자신에게 기대는 동네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겠다.     



그런데, 이러한 각자의 입장 표명이 끝난 후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은 윤○○에게 무장대에게 생필품을 제공한다는 누명을 씌운다.

결국 그는 하도리 신동회관 앞 밭에서 총살당해 죽었다.


잘 사는 것이 억울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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