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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Apr 02. 2023

오늘 만난 희생자

김녕리 주민 장○○

1949년 2월 22


김녕리 주민 장○○(31)은 4‧3사건 당시 마차를 가지고 있어서, 1949년 2월 22일(음력 1월 25일) 마차를 이용해 군수품을 싣고 군인들과 함께 김녕국민학교에서 인근 마을인 월정리 중앙국민학교까지 운송을 했다. 장○○은 마차를 끌고 가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토벌대는 “폭도들에게 연락하려고 행선지를 물었다.”면서 김녕리 해안가로 끌고가 학살했다.     




마차를 가지고 있는 이가 많지 않았다. 

한밤중에 나타난 군인들이 다짜고짜 마차를 좀 써야겠다며, 자고 있는 그를 깨웠다.


비몽사몽간에 군수품을 마차에 싣고 허둥지둥 출발 준비를 하면서, 불만이 가득한 뚱한 목소리로 "어디까지 갑니까"라고 물은 것이 죽음에 이르는 빌미가 되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못마땅한 얼굴로 장○○의 뒤통수를 흘겨보던 군인들은 월정국민학교까지 운송을 끝내자마자 그를 김녕리 해안가로 끌고 간다. 


폭도들에게 연락하려고 행선지를 물은거냐며, 반역자라는 죄명을 삼아 무자비하게 두들겨패고선 학살을 자행했다.


의문스러운 것이 있어도 물으면, 죄가 되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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