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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Apr 06. 2023

오늘 만난 희생자

저지리 주민 현00, 현xx의 아들

 1949119

 저지리 주민 현00(35)는 1948년 12월 초순, 가족들을 고산리로 이주시킨 뒤, 혼자 자택에 남았다. 마을 인근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현00는 1949년 1월 19일(음력 1948년 12월 21일) 저지리를 수색 중이던 토벌대에 발각되어 죽창에 찔려 살해당했다. 사건 당시 현00와 친족관계인 현xx의 아들(현OO, 2)도 산채로 불에 태워져 살해당했다.




저지리 주민 현00은 가족들을 고산리로 소개 시키고, 자신은 소개를 가도 죽을 것이니 고향에서 죽겠다며 소개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희생자가 죽창에 살해되던 날은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추워서 불을 피웠는데, 곧 토벌대에게 발각이 됐다.

다른 이들은 다 떠나가고, 남은 사람은 현00과 네살 짜리 친족 아기 둘 뿐이었다.  


눈이 오고 추우니 토벌대들도 나무를 해서 불을 피워 놓고 있었다.

현00을 죽창으로 죽인 다음, 토벌대들은 네 살된 아이의 목 뒤를 잡아 불 있는 쪽으로 넣었다 뺐다 했다고 한다.

불 피워놓은 곳에 뺑 둘러서서 아이를 불 속에 던졌다 뺐다 하며 놀았다고 한다.

뜨거워서 아이가 발버둥 치자 이쪽에서 발로 차고, 저쪽에서 발로 차며 아이를 불에 구워 죽였다.


나중에 현00의 시체를 수습하러 간 아들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아버지의 시신은 멍석을 덮어두니 살이 다 처지질 않았다고 한다.

아이는 불에 죽었던 터라 뼈가 다 부서지고, 흔적이 얼마 없었다고.


수없이 많은 죽음을 접하면서, 희생자들이 처한 죽음의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무덤덤하게 죽창에 혹은 총으로 죽은 이들의 죽음을 조용히 위무하며, 명부를 정리해왔다.


그런데, 아이를 불에 넣었다 뺐다 구워서 죽이다니.


너무나도 큰 충격에 한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이보다 더한 일들이, 더 무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무서운 밤이다.

총에 죽음을 맞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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