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하눌연동 오리탕
평생 오리탕을 좋아한 적은 없었다.
적나라한 이름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삼계탕을 닭탕이라고 했다면, 과연 좋아하면서 먹었을까 싶다.
사무실 사람들과 여러 음식들을 먹던 중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오리탕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아이들도 꽤 잘 먹는 메뉴라 몸보신이 필요할 때 한 번씩 찾았다.
그런데 늘 가깝게 지내던 가게에서 멀어진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맛있는 오리탕을 먹을 기회가 사라졌다.
넝쿨하늘 본점은 3시에 문을 닫고, 연동점은 5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는 사먹을 방법이 없었다.
어느 날은 매우 이 오리탕이 땡기는 바람에 무리하게 예전 함께 일하던 후배에게 부탁을 했다.
주문을 내가 할테니 포장을 받으러 가줄 수 있겠느냐고.
후배는 흔쾌히 주문한 음식을 받아 퇴근 후 우리집까지 배달까지 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오랜만에 맛있게 오리탕을 먹었다.
오리탕을 먹는 와중에 아들이 물었다.
엄마 후배가 이렇게 고맙게 우리집까지 가져다줬는데, 엄마는 그 이모에게 무엇을 해줄 거냐고 말이다.
난 다음번에 이 친구를 만나면 함께 맛있게 밥을 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들의 말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 우선 뛰쳐나갔다.
앗, 뭔가를 당장 해주어야겠구나, 이 친구가 내가 부탁한 것을 들어준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는 게 늦어서는 안 되는 거구나 싶어 베스킨 라빈스로 축지법으로 날아가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후배에게 전달을 했다.
이럴 때는 아들의 말이 맞다.
우리는 늘 다음에, 다음번에 고마움을 갚겠다고 다짐하지만, 고마움의 강도가 사라지고 나면, 미련하게도 또 잊는다.
부탁할 때는 보답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기록하지 않는 이상 그 고마움도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열심히 걸어간 김에 후배의 집과 우리집 아이들의 아이스크림을 사고 잘 전달하면서 다음 약속을 잡았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지난주 훅훅 터지는 바람에 후배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이럴 때는 아들의 말을 듣고 그때 그날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사다준 상황이 어찌나 고마운지.
그것도 하지 않았다면, 후배에게 더 큰 미안함으로 오래 앓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