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 김동윤 / 한그루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제주 사람들이 가진 삶의 양식과 정신세계를 신화와 전설, 역사와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러한 모습이 녹아 있는 제주 문학을 다루고 있다.
천지창조 신화인 천지왕본풀이, 건국 시조 신화인 삼을나신화, 아기장수전설 등을 육지부와 비교하여 설명하면서 제주 사람들의 대응과 극복 양상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음을 천천히 풀어나간다.
‘탐라’라는 독립국으로 존재했던 제주섬이 고려의 속국이 되면서 독립성을 잃어버리고, “독립국가로서의 과거성과 중앙정부의 한 지역으로서의 현재성이 혼류”하는 과정, 출륙금지령으로 섬사람들의 바깥출입을 통제받던 조선 시대의 상황은 제주섬의 민중들이 참지 못하고, 항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임술민란, 방성칠란, 신축제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제주섬의 항쟁은 늘 좌절되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해녀들이 주된 수탈의 대상이 되면서 제주해녀항쟁이 일어났다. 일제의 패망 이후 자유를 꿈꾸었던 제주 사람들의 희망은 7년 7개월간 계속된 제주 4·3으로 인해 섬 인구의 10%인 3만 명이 희생되었고, 제주섬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현대사의 비극을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온 사람들의 공동체는 그냥 그렇게 무너졌을까? 제주 문학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난한 역사와 현실을 품고 새로운 제주 공동체를 꿈꾸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설화와 역사를 만나는 문학과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로 나누어 제주 문학을 차근차근 톺아보고 있다.
제1부인 설화와 역사를 만나는 문학은 설문대할망 이야기, 농경신 자청비, 김녕사굴과 광정당, 김만덕과 상찬계, 배비장전 등 19세기를 다룬 고소설, 이여도 담론 등을 다양하게 주제로 잡고 이를 다룬 문학 작품들을 소개한다.
제2부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는 금기를 깨고 진실의 복원을 상상하는 작품인 순이 삼촌, 항쟁 담론을 다룬 작품들, 제주어라는 변방 언어에 담긴 시절의 기억, 섬 문화, 뭍의 문인들과 토박이 문인들이 교류했던 원도심이 품은 문학의 자취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제주 문학의 면면을 다룬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시절 제주의 환경과 사람들의 기억, 이를 문학으로 담아낸 자취들을 얽고 섞어 읽는 사람들이 그 시절 그때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어 소개된 작품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한 문학작품을 바라볼 때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역사·사회적인 관점은 물론 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작품을 쓴 작가가 의도한 바와 사람들에게 읽히는 방식 사이의 길잡이가 되어주어 제주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의 작가인 김동윤 교수는 오랫동안 제주 문학과 4·3문학을 연구해온 연구자이다. 그는 4·3문학의 경우 1세대에서 2세대, 3세대에 이르면서 문학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앞으로 새 세대 작가가 짊어지고 가야 할 4·3문학은 앞 세대의 성과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구체적인 치열하게 공동체의 자립과 평화의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4·3문학이 지역 문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의 제언은 비단 4·3문학에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만큼 제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와 문학이 위기의 상황이라는 말일 것이다. 문학에서 구현되는 제주어의 빈도나 이를 이해하는 인지 또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제주 문학과 제주어에 관한 관심은 절실하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에서 소개된 작품들은 읽어본 것도 있고, 새롭게 만나게 되는 작품도 있었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을 통해 만난 작품들을 찾아 읽으며, 제주에 대한 이해를 높여봐야겠다는 동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