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잠깐 여행 - 가파도
가파도에서는 대정읍이 주최하고, 가파도청보리축제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보리 축제 기간(4월 1일~30일)에는 청보리밭 걷기, 소망 기원 돌탑 쌓기, 보말 및 소라 까기 대회, 낚시 대회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꿈결 같은 봄날, 선착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자전거를 대여한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 둘레길을 따라 가파도 전체를 한 바퀴 시원하게 돌아본다. 싱그러운 초록의 에너지를 듬뿍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마음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출라치면, 뒤에서 빵빵대며 달려드는 자동차가 없는 섬, 가파도. 천천히 달린다고 한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청보리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림이 그려진 아담한 가파초등학교, 보건진료소, 소방대 건물, 하멜등대, 돈물깍, 고냉이돌, 소망 전망대 등을 천천히 둘러보며 제주의 봄을 만끽한다. 전망대에서는 제주 본섬과 한라산, 마라도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중간중간 만나는 반가운 풍경에 사진도 찍어본다.
해안 둘레길을 다 돌아본 뒤 자전거를 반납하고, 청보리밭이 좌우에 있는 가운데 길을 걸으며 구경하면 가파도 전체를 살뜰하게 볼 수 있다. 청보리밭 사잇길로 가볍게 산책하듯이 걷기만 해도 귓가에 들리는 청보리 물결의 사라락거리는 소리, 초록색이 선사하는 청명한 느낌에 마음 가득 행복한 기운이 차오른다.
푸른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과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
맛있는 가파도 청보리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 들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함께 간 이와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별것 아닌 것에서 오는 행복감에 비죽 웃음이 배어 나온다.
가파도의 청보리 물결은 산방산, 용머리 해안, 한라산이 배경이 되어 멋진 장관을 이룬다. 초록초록한 청보리밭을 오래 바라보았더니 눈이 시원하고 맑아지는 기분이다. 힐링이 별다른 것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든다. 심어진 시기에 따라 어떤 밭은 청보리, 어떤 밭은 황금보리로 되어 있어서 다양하게 보는 재미가 있다.
섬 전체에 풍경을 가릴만한 건물도 없고, 산도 없어서 확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아름답다는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만든다.
천천히 산책로를 걸으며 청보리밭 사이를 지나는데, 저 멀리 보이는 하얀 풍력발전소의 날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금 더 진공 속에서 몽환적인 시간을 보내다 다시 바쁜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 괜찮다고, 마치 가파도가 말이라도 거는 것 같다. 초록빛이 주는 위로가 나의 봄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제주대학병원보] 2023년 봄호에 실린 기사에 직접 가파도를 다녀온 사진을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