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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Dec 07. 2023

학교가 지옥인 아이에게 공부까지 잘 하라고 할 수는..


학교가 지옥인 아이에게 공부까지 잘 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늘의 어떤 상황은

과거의 많은 날들이 쌓인 결과로 나타난다.


아이는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 지경의 점수를 받아왔고,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먼 곳일 가능성이 높다.


원서를 쓰기 전이지만 별다른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기대감 없이 지내온 시간들이 쌓인 결과이다.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에서 아이는 늘 괴로웠다.

남들보다 늦게 트인 언어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졌고,

사회성이 떨어지자 친구들과의 소통이 힘들었으며,

아이는 아마도 방어기제로 다른 주변의 사람들을 건너뛰기 시작한 것 같았다.


곧잘 하던 공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힘들어졌고,

중학교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아이는 스스로 주변에 대한 무관심을 선택했고, 게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있어야 하기에 유일하게 숨 쉬는 구멍을 막을 수 없었다.


흔히 중학시절을 짐승의 시기라고 한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면은 다 성장하지 않은 연약한 짐승같은 모습.

그래서 조금의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고,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시기.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몰라, 툭 하고 밀면 어디로 나갈지 판단이 되지 않는 질풍노도의 시기.


그 시절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폭풍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내부에서 종종 일어났던 갈등의 사태가 

학기 마지막을 맞아 폭발한 모양이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여차저차 반복되는 갈등이 또다시 일어났고,

이 일의 해결을 위해 시간을 주고,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해봤지만,


이제, 졸업이 다가온 시기여서 이제는 다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엣다 모르겠다 하고 훅 하는 사태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날지 모르니

안전을 위해서 아이를 학교로 보내지 말아달라?


이런 통화를 매번 해야하는 나도 속이 상하지만,

그런 상황을 매번 우매하게 겪고,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의 속은 더욱 말이 아닐 것이다.


하긴 선생님도 오죽하면 그런 권유를 했겠나 싶지만,

아직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학교생활의 마무리를 이렇게 해야하나 싶다.


아이의 지옥을 닫아줘야 할텐데, 아직도 갈 길이 남아 있는 것이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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