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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Dec 25. 2023

우리 아빠의 생일

크리스마스

아빠의 생일은 크리스마스여서 늘 우리는 12월 25일마다 케익에 촛불을 켜고 성탄절을 맞이했다.

엄마아빠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우리 세 자매는 내가 7살 무렵부터 교회를 다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새벽송을 준비하면서 교회에서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고, 연극과 무용과 찬양을 준비하면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내 느끼고 있었다.


몇 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크리스마스 기분이 별로 나지 않는다.

여전히 케익을 사들고 와서 아이들과 촛불을 켜고, 머리맡에 선물도 준비해놓고, 작은 트리를 집안에 장식해놓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 캐롤을 부르지 않고 북적거리지 않는다.

집 회사를 반복하는 생활 속에서 여유가 없어서일까, 내 마음의 설렘이 사라져서일까.


아빠가 사라진 자리에 아직도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았다.


최근 보는 드라마를 보다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웃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마이데몬이라는 드라마에서 김유정과 비서가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이었는데, 둘 다 취해서는 아 행복해 어쩌구 하다 비서가 오바이트를 하려고 하자, 김유정이 급하게 외치는 말.


언니, 행복은 토하는 게 아니예요.


와우, 행복을 느끼는 것도 대단한 감정인데, 행복은 토하는 게 아니라니.

그 순간 느껴진 감정이 너무나도 황당하고 공감이 되서 몇 년만에 찐으로 입 밖으로 음성을 내며 웃었더랬다.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는 어떤 요소들 중에는 쉽게 접해지는 것들과 우연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을테다.

그 감정을 평생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결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고.


크리스마스, 아빠의 생일.

나는 오늘 이렇게 지난 행복의 순간을 다시 곱씹어본다.

내게 많은 것을 주었던 이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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