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Airdrop을 타고

두바이 MZ들의 연애

by 수크

두바이에 3년을 산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두바이 사람들도 연애를 하나요?'이다. 두바이 사람들이 연애를 하냐고 묻는 이유는 아마도 UAE(두바이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다)가 이슬람이고 일부다처제를 취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자유연애는 불가능하다. 여자는 주로 검은색 아바야, 남자는 흰색의 칸두라를 입고 다닌다. 몸을 옷으로 다 가리고 절대로 노출은 하지 않는다. 부부가 아닌 이상 신체적인 접촉도 할 수가 없고 낯선 남녀는 서로 대화도 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연애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요즘 젊은 에미라티들은(두바이 현지인을 일컫는 말) 새로운 이성을 만나러 카페에 간다. 에미라티들은 앞서 말했듯 낯선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도 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해 클럽을 가거나 소개팅과 같은 만남을 하지 않는다. 동성 친구들이나 혹은 혼자 카페에 가서 Airdrop을 켠다. 켜고 있으면 누군가가 스냅챗 아이디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보낸다. 받은 계정들에서 올려둔 사진들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DM으로 연락을 시작한다. 카페에서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 DM으로 소통하다가 말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느끼면 나중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따로 만난다.



두바이 팜주메이라에 위치한 어느 카페



에미라티들은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중매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UAE 전체 인구 중에 약 10% 정도만 차지하고 있는 에미라티들 사이에서는 집안이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들끼리 혼담을 주고받고 남편의 얼굴을 결혼식에 처음 보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애결혼을 하려는 젊은 에미라티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SNS가 발달하고 이를 통해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서인 듯싶다. 두바이도 종교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 초혼연령이 늦어지는 것 또한 두바이도 예외가 아니다. 에미라티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 한 직후 혹은 20대 초반에 대부분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에서의 결혼 비용은 거의 남자들이 부담한다. 여전히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돈을 주는 풍습도 남아있다. 그리고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신랑 측과 신부 측이 따로 결혼식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신랑과 신랑 가족들이 신부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온다. 이때 신부 측 가족들과 친구들은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를 입고 있다가 신랑 측 사람들이 오면 다시 아바야로 몸을 가린다. 여자들만 있을 때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신나게 춤을 추다가 남자들이 오면 다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찬 광경을 볼 수 있다. 에미라티 친구에 따르면 과거에는 결혼식을 일주일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보통 요즘은 1~3일만 한다고 한다.



나는 에미라티 친구의 사촌 결혼식에 참석해 본 경험이 있는데, 결혼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난생처음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남녀가 따로 결혼식을 진행하다 보니 결혼식장 입장도 따로 하게 되는데, 신부의 여자 쪽 가족들이 쭉 서있고 손님을 맞이한다. 가족들이 모두 모였는지 처음에는 끝에 서있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 길을 통과하면서 이 결혼식의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생각에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결혼식이 아닌 정말 파티에 온 것처럼 친구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객들은 축의금은 내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을 함께 즐기다 가면 된다. 아랍 전통음식들이 뷔페 형식으로 제공된다. 내가 갔던 결혼식은 9시에 시작했는데 끝나는 시간은 알 수 없었다. 보통 에미라티들의 결혼식은 늦은 시간에 시작해서 사람들과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춤을 추다가 새벽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두바이 결혼식 아랍전통 음식 뷔페



우리의 연애 방식과 결혼문화와는 사뭇 다른 두바이다. 에미라티의 결혼식을 다녀와서는 ‘세계에 이렇게도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구나’라고 느꼈고 신기했다. 하지만방식은 조금 다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약속이 이루어지고, 가족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바이에서 친하게 지낸 에미라티 친구가 곧 연애결혼을 한다. 사랑은 역시 종교를 초월한다. 이 친구의 결혼식만큼은 멀리 있더라도 꼭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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