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르즈 칼리파, 다른 느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by 수크

누구나 본인이 속한 분야에서 1등이 되고 싶어 하고 남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망은 두바이 통치자도 다르지 않았다. 두바이 통치자 모하메드 빈 라쉬드 알막툼의 명언 중 ‘We do not wait for things to happen, rather we make them happen’라는 문장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두바이의 건축물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고 높게 짓겠다’, ‘최고 화려하게 짓겠다’라는 두바이의 욕망은 실현됐다. 부르즈 칼리파는 828m의 높이를 자랑하며, 우리나라 555m인 롯데타워보다 높다. 주거시설, 레스토랑, 전망대 등으로 사용하고 있고 두바이의 랜드마크라고 할 만큼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부르즈 칼리파에서 하는 분수쇼는 스페인, 라스베이거스 분수쇼와 함께 세계 3대 분수쇼로 꼽히고 밤이 되면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이 부근이 마비가 된다. 201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삼성물산이 지어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부르즈 칼리파 건설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두바이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쌍용건설도 2023년에 두바이 팜 주메이라에 ‘아틀란티스 더 로얄’ 건물을 지었다. 블록을 쌓은 외관으로 시공이 까다로워 몇 번 완공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완공된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밤에 보는 부르즈 칼리파와 분수쇼



두바이에 있는 3년 동안 각 해가 주는 부르즈 칼리파의 느낌은 달랐다. 첫 해에는 부르즈 칼리파를 보면 내가 정말 다른 나라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우뚝 솟은 건물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두바이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친구도 없었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쉽지 않았다. 뾰족 솟은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은 더 뾰족해졌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밤마다 색이 바뀌는 부르즈 칼리파처럼 두바이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사무실을 떠나 다른 곳으로 파견근무를 시작할 때쯤이었 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그 어떤 새로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르즈 칼리파에서 분수쇼를 여러 번 봐도 좋았고 볼 때마다 새롭고 설렜다. 두 번째 해에는 두바이에서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안정을 찾아갔던 것 같다. 두바이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부르즈 칼리파를 멀리서나마 보게 되면 편안했다. 두바이가 집 같았다. 종종 한국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때가 오히려 여행을 간 것 같았다. 두바이 공항에 내리면 안도의 숨을 쉬었다.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기 그지없었고, 택시 안에서 마주치는 부르즈 칼리파는 내 인생의, 내 커리어의 이정표 같았다. 마지막 해가 되던 해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부르즈 칼리파를 보면 아쉽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낮에 보는 부르즈 칼리파


미지막 해에는 친구들이 자주 놀러 왔다. 역시 혼자 보는 부르즈 칼리파 보다는 함께 보는 게 좋았다. 친구들과 함께 관광객 모드로 부르즈 칼리파를 볼 때면 내가 앞으로 ‘이 건물을 볼 날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바이는 한국과 10시간 정도여서 현실적으로 휴가를 오래 내고 여행오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미 3년을 살았는데 다시 관광을 오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이 시간들이 그리운 순간들이 될 것 같아서 때때로 부르즈 칼리파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야 현지 친구들도 생기고 새로운 취미들이 생겼는데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안타까웠다.



앞서 소개한 또 하나의 건축물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내가 두바이를 떠나기 직전에 문을 열었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화려한 호텔 객실과 인피니티 풀,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이 입주해 있다. 그동안 다양한 나라를 많이 여행했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웠던 호텔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몇 번 가본 후로는 두바이에 가족들이 오면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꼭 데려가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만큼 좋은 곳이기도 했고 내가 경험해 볼 수 있는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은 못 오시게 되었고 동생만 두바이에 다녀가게 되었다. 육 개월 전부터 부모님의 비행기 티켓과 이웃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여행들을 준비했지만 갑작스럽게 아프신 엄마는 오지 못했다. 엄마는 고민 끝에 치료에만 전념하기로 했고 다행히도 지금은 건강하다. 가끔씩 찾아오는 효도의 기회를 이렇게 또 놓쳐서 아쉽다. 이제야 두바이에 적응을 마치고 제대로 두바이에서 호강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모든 타이밍은 맞지 않는다. 그래도 동생이 와서 아틀란티스 더 로얄도 구경시켜 주고 스페인 요리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동생 말에 따르면 ‘정말 과하게 화려하다’라는 평이 있을 만큼 크고 웅장함을 자랑하는 아틀란티스 더 로얄, 또 가볼 수 있을까 싶다.



밤에 보는 로얄 아틀란티스



두바이를 떠나온 지 1년이다. 다시 부르즈 칼리파 건물 사진만 보면 두근두근거린다. 때때로 설레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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