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만에서의 고단한 하루의 끝
두바이에서 오만을 하루 만에 다녀온다는 생각은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다. 앞으로 풀게 될 나의 오만 여행기의 대부분은 차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며, 국경을 찾지 못해 두바이로 돌아가지 못할 뻔한 이야기다. 오만이 어떤 나라인지, 여행하면서 어떤 풍경을 보았는지 보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간 오만에서 밤늦게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그날 밤의 두려움이다.
나는 두바이에 놀러 온 엄마 아빠를 모시고 오만을 차로 여행하기로 했다. 두바이에서 오만은 비행기로 가면 2시간이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나라이지만 차로 운전해서 가면 무스카트까지는 5시간, 니즈와 까지 가면 약 7시간이 걸린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걸 알면서도 로드트립을 감행한 이유는 실제로 두바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로 오만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 여행을 위해 운전을 할 가이드를 미리 섭외했기 때문이었다. 가이드와 우리는 집 앞에서 새벽 6시에 만났다. 밖은 여전히 캄캄했고 눈도 떠지지 않았다. 주섬주섬 여권을 챙겨서 나간 우리는 하얀 SUV차에 올랐다. UAE 토후국중 하나인 아부다비를 거쳐 이름 모를 여러 번의 사막을 지났다. 그렇게 차를 타고 4시간이 지났을 때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여권을 보여주고 다시 차에 올랐다.
차를 타고 달려도 달려도 사막만 나왔다. 이 길이 정말 맞는지도 가이드에게 의심을 품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최근 들어 이렇게 오랫동안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었나 싶었다. 허리가 뻐근해질 무렵 카페를 들러서 샤와르마(중동식 케밥)를 먹었다. 두바이 보다 저렴한 물가에 놀랐다 오만은 샤와르마가 5 디르함이었다.(두바이의 약 1/5 가격) 또다시 달려서 도착한 곳은 무스카트의 한 사원, 휴일이라 들어가지 못했지만 멋진 가족사진을 남겼다. 잠깐의 휴식을 맛보고 다시 니즈와 성으로 달렸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니즈와 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니즈와 성을 구경하고 골목골목을 눈에 담았다.
어쩌다 마주친 슈퍼마켓도, 아이스크림 가게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다.
니즈와 골목골목은 아기자기한 감성이 있었다. 기도시간이 돼서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도,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고양이도, 길에서 노는 아이들도 정겨웠다. 아빠와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두바이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두바이로 돌아가는 길에 또다시 샤와르마와 생과일주스를 파는 가게를 들렸다. 가게 점원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계속 쳐다보고 말을 걸었다. 엄마랑 나는 딸기 생과일주스를 주문했는데, 가게 점원이 딸기에 엄청난 양의 설탕을 때려 붓는 걸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그들도 신기했고, 우리도 그들이 신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닥칠 미래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이제 두바이로 돌아가 쉴 생각만 했다. 어서 출발해서 두바이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이드가 운전하는 하얀 SUV 차량에 올라탔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국경이 나와야 하는데 가이드는 계속 국경을 찾지 못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벌써 날은 어두워져 의지할 곳은 도로 위 가로등밖에 없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이 없다고 하는 가이드의 말 때문에 더욱 불안해졌다. 같은 길을 계속 돌고 돌았다. 지도상에는 국경의 검문소가 보였는데, 길을 따라가면 막다른 길이었다. 지도에 최신 공사 중인 현장이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니즈와에서 하루를 자고 두바이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차가 말썽이어서 시동을 끄면 언제 켜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아침에 두바이를 출발하고 나서 시동을 단 한 번도 끈적이 없었다. 시동이 꺼질까 봐 두려워서 샤와르마 가게에 갈 때도, 현지 관광지를 갈 때도 계속 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도와의 몇 시간 사투 끝에 나는 가이드에게 다른 지도 어플을 건넸고 우리는 검문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바이로 들어오는 심사를 마치고 우리는 무사히 집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며칠 전 엄마 아빠랑 느지막한 오후에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올해 하반기에 어디로 여행 갈지 얘기하다가 갑자기 오만 여행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깔깔 웃었다. 그날의 추억이 생각 나서다. 여행이란 게 이렇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그때를 떠올리게 하면서 웃게 한다. 힘들었던 여행이면 더더욱이다. 엄마 아빠와의 오만에서의 무박여행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