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여든세 번째 사람
교정·교열은 잘못된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숨고가 만난 여든세 번째 사람
프리랜서 교정·교열가, 강석신
혹은
숨고 교정·교열 고수, 강석신
안녕하세요, 강석신 고수님.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프리랜서 교정·교열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석신이라고 합니다. 교정·교열은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맞춤법에 어긋났거나 내용이 잘못 된 곳을 바로잡는 일을 말한답니다.
어색한 문장과 거칠고 장황한 문장 등을 새롭게 쓰는 윤문도 중요한 작업 중 하나에요. 성균관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출판사를 선택한 이래 줄곧 책 만드는 일, 신문(기관지)만드는 일을 했어요.
언제 처음 교정 일을 접하셨나요?
대학 졸업 후 학과 선배의 추천으로 대학연감을 출판하던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때부터 교정·교열과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년수로 헤아리니 대략 25~26년 정도네요.
다른 일은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다른 일을 실제로 한 적은 없고, oo단체의 홍보국장을 끝으로 직장을 그만뒀어요. 2014년일거에요.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알게 돼 그 분야에서 일하고자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과 관련 ITQ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많은지 받아주는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배우고 잘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교정·교열 프리랜서를 시작했답니다.
교정·교열은 어떻게 제공하는 건가요?
제 교정·교열 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hwp, docx, txt, ppt, xlsx 등의 파일 형태로 작업 주문을 받으면 먼저, 그 글과 관련된 '보조정보'를 파악해요. 보조정보란 글쓴이가 전문가인지 학생인지, 그 글의 독자가 누구인지 등에 관한 정보를 말하죠. 교정의 방향을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에요.
다음으로, 원고를 2~3회 읽고 전체 내용을 파악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교정·교열 작업에 들어간답니다. 사실관계·조사가 필요한 부분, 내용이 빈약한 부분 등을 체크하여 조사와 보완을 실행해요. 3회에 걸쳐 교정·교열 작업을 하고 완성한 뒤 약속한 기간 내에 의뢰자에게 보내죠.
마지막으로 의뢰자의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그것이 타당하고 제가 가능한 범위 내라면 수정 작업을 해 드려요. 작업 시작부터 과정 내내 의뢰자와 소통하여 의뢰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답니다.
고수님만의 교정·교열 서비스 차별점이 있나요?
글이 쓰인 목적 또는 용도에 맞게 글의 체계, 내용까지 수정·보완하는 교정·교열을 해드려요. 일반적으로 교정·교열이라 하면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어색한 문장을 다듬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논문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논문에서 어떤 주장에 대해 그 타당성을 논증하지 못하고 있거나 관계없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면, 그저 문장만 다듬어 맞춤법에 맞게 고친다고 좋은 논문이 될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전문가인 교열가라도 2~3번 읽어보면 논거가 없거나, 논리의 비약이 있는 경우 알아차릴 수 있어요.
따라서 저는 그럴 경우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조사하고 확인하여 최대한 내용 수정을 하죠. 물론 무엇보다 의뢰인에게 쉼없이 연락하고 메모를 남겨 이를 분명히 합니다.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글을 완성하죠.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같네요. 지금까지 꾸준히 할 수 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은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의사는 환자를 고치죠. 돈을 받는 것과 더불어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이 가치를 유익하고 의미있다고 인정받아요. 이유는 의술이 어렵고 의사가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있겠지만, '치료하는 행위'자체에 있다고 생각해요. 살 수 없게 되었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된 환자를 치료하여 다시 일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이바지 하기 때문이죠.
저는 오·탈자가 있거나 앞뒤가 잘 맞지 않은 글을 고쳐서 맞춤법이나 어법에 맞게 건강한 글로 만들어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지식을, 누군가에게는 꿈을 갖게 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돕고 있어요. 말하자면 글을 고치는 의사인 셈이죠. 작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제게 있음에 감사하고 역할에 긍지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교정·교열을 좋아하고 기쁘게 일하고 있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10여 년을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 책을 내기 위해 교정·교열을 의뢰한 고객이 기억나네요. 원고를 읽어보니 필요한 부분뿐만 아니라 빼도 좋을 부분까지도 길게 인용했거나 논리적 연결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의뢰받은 대로 통상적인 교정·교열만 마치고 전달할 지 고민했죠. 제 앞의 글이 제 조금의 수고만 보탠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소중한 내용이라 생각했어요.
목차의 수정부터, 문단 배치 조정, 내용, 사진 등 전부 전면적으로 수정·보완했어요. 특히 번역이 엉망인 부분, 부적절한 외래표현을 싹 다 고쳤죠. 예정보다 수정기간이 길어졌고, 고객님도 고생을 했죠. 수정기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의뢰자가 뜻밖에도 '들어가는 말'에 제 이름을 넣고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교정·교열자에 불과하니 감사받을 일이 아니라고 극구 사양했지만 며칠에 걸쳐 거듭 청하시어 제 이름을 넣으셨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의뢰자네요.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지난해에 장펑의 '자치통감을 읽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어요. 나도 '신(新) 자치통감'을 써보겠다는 꿈이 생겼죠. 이 책은 사마광이 편찬한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을 수신, 제가, 치도의 시각으로 해설을 붙이고 분석한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의 형식을 빌리되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적 사실을 담아보려고 해요. 즉, 기존 자치통감이 가진 시각을 토대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어렵지 않게 일반 사람들도 많이 읽고 배울 수 있도록 쓰고 싶어요.
숨고에는
총238명의 교정·교열 고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정·교열
교정·교열 강석신 고수님의 꿀팁 : https://brunch.co.kr/@soomgo/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