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10번째 사람
먹은 것이 있으니 나오는 것이 있다.
저만의 그림 철학이에요.
숨고가 만난 열 번째 사람
일러스트(만화) 작가, 장미나
혹은
숨고 만화/웹툰/애니 레슨 고수, 장미나
안녕하세요. 장미나입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하면서 만화/웹툰/애니 레슨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실용무용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부모님께서 예술과 관련된 일을 종사하시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집에 있으면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부모님께서 미술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학원을 보내주셨어요.
그때 당시에 학원의 종류가 2개였는데, 하나는 디자인 학원이고, 나머지 하나는 만화학원이었어요. 당시에 제가 그리는 그림 스타일을 보시고 부모님께서 디자인 학원보다 만화학원이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셨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학원에 보내주셨어요. 그때부터 만화학원을 다니면서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을 때, 이 분야에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입시를 준비해서 고등학교 때 애니메이션/만화학과에서 전공을 했죠.
아니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런 질문을 저에게 종종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림을 그린 시간이 얼마인데, 갑자기 진로를 바꾸냐." 이렇게 물어보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단순히 제가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왔기 때문에 대학교에서도 고등학교 때랑 같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전공을 선택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지금껏 무언가 얻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 건 결코 아니에요.
이 분야로 진로를 정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저는 제 그림을 "아깝다. 아깝지 않다." 이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림 그리는 건 저에게 밥을 먹으면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고, 일상이에요. 저에게 그림 철학이 하나 있어요. "먹은 것이 있으니 나오는 것이 있다." 그림은 저에게 배설물(?) 같은 거예요. 일상에서 매일 영감을 받고, 영감을 받은 걸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요. 저는 그러니깐 그림 작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책임감 따위는 없어요.
오히려 실용무용학과에 진학하고 춤을 추면서, 이전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림에 대한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어요. 춤을 추면서 예전보다 인디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인디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리트 댄스, 힙합, 그라피티, 타투 같은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문화예요. 저는 그중에 타투에 관심이 많아요. 이전에 그림만 그릴 때는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었는데, 제가 춤을 추게 되면서 타투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익숙해지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의 꿈은 타투이스트예요. 춤을 추면서 그림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것처럼, 그림도 춤도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서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학원 강사로 시작했어요. 입시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데, 보통 그 학원 출신이 나중에 알바로 시간강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오래는 아니지만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어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짧게 강의를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부드러운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때 입시반을 맞게 돼서 고3 / N 수생 친구들을 가르쳤는데 어쩔 수 없이 성격이... 과격해지더라고요. "대학을 가야 하는 목표가 있는데... 이렇게 그림을 안 그리면... 어떡하니", "대학 가려고 재수한 거 아니니."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죠. 제 입시를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화를 정말 많이 냈어요. 원래 성격이 유한 편이 아니라서 더욱 입시반을 맞으면서 힘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입시반 이후에 취미반을 맡았는데, 제가 화를 내지 않고도 그림을 가르칠 수 있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취미반을 수강하시는 분들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입시반이랑 다르게 방향성이 다르고 개인마다 다른 이유로 시작하고, 그리고 싶은 분야나 특징도 달라서 그림을 그리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됐어요. 개인의 목적에 맞추면서 개성을 존중하다 보니 이야기도 자주 하다 보니, 선생님이라는 일도 재밌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 학교를 다니면서 강사를 그만두었는데, 친오빠가 숨고에서 그림 레슨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학원도 아니고 "누가 나한테 받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숨고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청하셔서 레슨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통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 취미로 많이 찾으세요. 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데 학원을 가기 어려운 분들, 취미로 학원 다니는데 다른 쪽으로 배우시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죠. 간혹 웹툰 지망생이나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기도 하고, 수강생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요. 그 외에도 미대에 비실기로 입학하신 분들이 과제하는 게 힘들어서 코칭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다보니 수강생분들마다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나 목적이 달라요. 그림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입문 과정으로 한 달 정도는 그림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먼저 해드려요. 빛과 형태에 대한 이해, 인체 드로잉, 크로키 같은 기본기를 먼저 가르쳐드리죠. 그리고 좀더 확실한 목적성이 있는 분들이나, 그림을 그린적이 있으신 분들의 경우 대화를 하면서 목적이나, 그림의 수준에 따라 수업 커리큘럼을 조정하죠.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건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그래서 수강생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그림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저의 레슨은 이론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정말 재밌고 쉽다는 거죠!
고민할 필요도 없죠! 바로 배설물!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저에게는 그림 그리는 게 그래요. 저에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꾸며내지 않는 작업이오. 생리현상처럼 먹은 게 있으니 나오는 게 있다.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멋진 비유보다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쉽지 않나요?
저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릴 거예요. 그리고 춤도 계속 출 거예요. 저는 학업을 마무리하고 진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어요. 아직 타투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휴학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이 분야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는 목 뒤에 흉터가 있어요. 콤플렉스여서 20살이 넘도록 머리도 잘 못 묶었어요. 흉터가 있다는 게 너무 싫고 누가 볼까 두렵고 싫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타투이스트로 사람들에게 커버업 타투를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타투를 하고 자유해진(?) 느낌이에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