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아흔 번째 사람
단순히 아름답다고 좋은 디자인이 아니에요.
목적과 타겟 고객층에 적합해야 좋은 디자인이죠.
숨고가 만난 아흔 번째 사람
크리스탈디자인랩, 배수정
혹은
숨고 명함, 인쇄물 디자인 고수, 배수정
안녕하세요, 배수정 고수님. 자기소개 간단하게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몰랐던 당신의 가치까지 끌어내는 고객 맞춤형 디자이너, '크리스탈디자인랩'의 대표 배수정이라고 해요. 대표지만 1인 기업이랍니다. 디자인 랩은 작년 12월부터 열었어요. 그리고 반려견 '구름이'와 함께 사는 구름이 엄마이기도 해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전공은 디지털 미디어학과였어요. 미대는 아니지만 영상과 이미지 작업을 꽤 다뤘어요. 졸업 후 첫 직장은 디자이너가 아니었어요. 공연기획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했죠. 난타처럼 대사 없이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기획사였어요. 아무래도 마케팅 쪽이라 디자인 작업을 손보고 디자이너와 협업을 할 일이 많았죠. 일을 하면서 디자인적으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디자인 업무에 흥미도 느꼈고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동시에 웹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디자인 공부를 했답니다. 1년 반 동안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하며, 웹 디자인 교육 과정도 수료했어요.
마케팅 업무를 그만두고 여행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로 이직했어요. 여기서 4년 정도 디자이너로 근무했는데, 그만두기 전에는 디자인 팀장이란 직함을 달았어요.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인원이 적다 보니 주로 웹/앱 디자인을 맡았지만 홍보 출판물, 편집 디자인 등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관장했어요. 마케팅 업무도 함께 맡은 적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실력도 늘고 팀장을 달았는데 프리랜서로 전향하셨네요?
실력도 빨리 늘고 맡은 업무의 범위와 책임은 커졌지만 회사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회사를 위한 디자인만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회사는 불필요한 과정이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섞이는 곳이거든요. 오히려 회사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고객과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직접 디자인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리고 아까 자기소개에서 말씀드렸듯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자꾸 혼자 지내게 하니 심리적 불안을 느끼더라고요. 같이 출퇴근하기도 벅차고 마음이 자꾸 쓰였어요. 긴 회사 생활에 지치고, 내 생활 패턴에 맞는 전문직을 해보자는 마음에 터닝 포인트를 결정한 것 같아요.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 뭔가요?
프리랜서로 제일 좋은 점은 내가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침에 출근했다가 딱 6시에 퇴근하는 근무형태는 저한테 효율이 안 좋더라고요. 오전에 여유롭게 보내다 오후와 저녁에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라 프리랜서가 잘 맞아요. 대다수 고객의 디자인 의뢰가 오후에 들어와서 맞춰진 것 같기도 하네요.
주로 어떤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시나요?
예전 직장은 여행 스타트업이다 보니 웹이랑 어플 디자인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홍보물/출판/리플릿/편집 디자인 등을 관장했죠. 요즘은 숨고를 통해서 그리고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인쇄물 디자인이 가장 많이 들어와요. 명함이나 리플릿, 로고 디자인, 간판 디자인 등 정말 다양해요.
숨고를 통해서 정말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스스로 경험도 쌓을 수 있고, 공부도 되더라고요. 간판 디자인 프로젝트를 처음 맡을 때는 로고와 상호 디자인 작업은 제가 하고, 간판 제작 부분은 직접 간판 제작 업체를 찾아가 협업하면서 배웠어요. 기존에 맡을 수 없던 일들을 완성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쌓아가고 있어요.
고수만의 디자인 차별점이 있나요?
가장 큰 차별점은 마케팅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라는 점이죠. 디자인도 결국 마케팅 요소 중 하나에요. 디자인의 주요 목적은 고객에게 아름답게 보여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저는 의뢰가 들어오면 짧은 시간 내에 고객의 상황을 아주 깊이 고민해요. 고객이 원하는 그리고 의뢰한 프로젝트에 적합한 컨셉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죠.
왜 필요한지,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누구한테 어필할지, 고객이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 이 4가지를 깊이 고민해서 만든 디자인 결과물은 보통 2번 넘게 수정 들어온 적 없을 정도에요. 고객이 단번에 마음에 들고, 효과도 그만큼 있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거죠.
살면서 시련을 겪은 적이 있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전까지 항상 불확실 속에 살았어요. 대학 진학도 처음에는 제가 원하던 과인 줄 알았는데 제 길이 아닌 것 같아 전과했고, 졸업 후 취업하고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직했죠. 게다가 회사 생활 중 하고 싶지 않은 업무에 시달리거나, 윗사람의 요구대로 비합리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밖에 없을 때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현재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저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프리랜서로 힘든 점은 스케줄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바쁠 때 엄청 바쁘고, 일이 적을 때는 또 한가해요. 유동적인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며칠 전 제 필라테스 선생님이 제 고객이 된 에피소드가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안타까운 사연이었죠. 지금 다니는 필라테스 선생님은 개인 사업자라 아는 분께 광고용 엑스 배너, 전단지 그리고 명함을 의뢰했는데 디자인도 정말 별로고, 엑스 배너도 자꾸 날아간다고 하소연하셨어요. 그래서 살펴보니 정말 대충 디자인한 수준이었어요. 그리고 아는 분이 싸게 해준 줄 알았는데 제가 해드리는 단가의 3배를 받으셨더라고요. 아는 분이 소개해줘서 싸게 한 줄 알았는데 당했다는 생각에 가슴 아파하셨어요. 디자인 견적과 인쇄 비용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제가 새로 싹 바꿔드렸어요. 광고의 목적에 맞는 세련된 전단지 디자인을 만들고, 바람 불어도 넘어지지 않는 엑스 배너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금박으로 된 명함을 만들어드렸죠. 정말 좋아하시더니, 주변 필라테스, 헬스 업계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도 즐겁게 운동하고, 선생님도 항상 고맙게 생각해주시며 새로운 고객을 데리고 와주셔서 좋은 인맥이 되었어요. 현재 예약이 항상 꽉 차 따로 홍보를 안 하실 정도랍니다.
하루 일상은 어떻게 보내세요?
아들 구름이와 아침 산책 후 커피를 마시며 업무 스케줄을 확인해요. 마감기한에 예민한 편이라 시간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해요. 식사도 보통 작업실 안에서 해결하는 편이에요. 오후 일이 끝나면 필라테스나 구름이와 산책하며 체력관리를 하죠. 이후에는 잔업무와 다음날 스케줄 정리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를 알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 집 개 그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소확행을 누리고 사는 게 꿈이에요. 그게 다예요. 사업 면에서 현재 디자인 랩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디자인 신념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충분히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디자인의 제일 중요한 점이 예쁜 게 아니라 의뢰한 사람이 마음에 들고, 그것보다 디자인 물의 타깃층이 더욱 좋아하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심미성이 아닌 심리적인 부분과 타깃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해요. 주변에 정말 좋은 디자이너가 많아요. 의외로 숨어있는 고수가 많죠. 감각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잘 해보고 싶은 목표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디자인 의뢰를 앞둔 고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은 그래도 '이런 느낌으로 해주세요.'하면서 참고 사진도 잘 보내주셔서 한결 일하기가 수월해요. 미용실에 가서 "옆에는 좀 층 내주시고 끝에는 쏙 들어가게, 컬은 자연스럽게 꼬였으면..."하는 말보다 비슷한 헤어스타일 사진을 보여주는 게 가장 정확하듯, 디자인물을 산출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참고할만한 시각 자료랍니다. 말보다는 텍스트,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좋아요. 디자이너에게 가장 난감한 요청은 "그냥 알아서 예쁘게 해주세요."에요. 반드시 디자이너에게 맡기기 전 왜 필요하고, 어떤 디자인이면 좋겠고, 누구한테 어필할지 그리고 디자인과 인쇄물 제작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정하고 작업을 의뢰하시면 마음에 쏙 드실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답니다.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
명함/인쇄물 디자인 배수정 고수님의 꿀팁 : https://brunch.co.kr/@soomgo/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