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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Dec 27. 2022

예수님 탄생한 날에 본 조선 최초 신부님의 ‘탄생’

천주교 신자가 쓰는 스포투성이 영화 ’탄생‘ 리뷰

영화가 다큐나 역사고증 같지 않아서 좋았다

김대건 신부님이 외국 선교 신부님들을 국내에 모셔오려고 입국 항로와 육로를 뚫기 위해 애쓰셨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항해사이자 탐험가처럼 그려져서 색다르고 멋졌다.

무엇이든 배우는 데 열정이 넘치고 호기심이 강하고 질문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좋았다.

부제품일 때 항로를 뚫으러 나서는 김대건을 따라나선 신자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대건 신부님이 그 신자더러 조선의 천주교 기둥이니까 너무 위험한 길이니 서울에 남아달라고 했는데, 천주님이 부제님을 지켜주시는데 뭘 걱정하나며 부제님이 신부님 되는 모습도 봐야 한다고 따라나서는 모습이 멋졌다.

맞다, 하느님이 사람을 통해 일하시고자 하실 때 그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실 리 없다! 겁 많은 나로서는 정말이지 믿음 실린 그 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씬은 그 믿음에 시험이 닥친 모습이다. 폭풍우에 배에 구멍이 나고 파도에 배가 난리가 났다.

이 씬을 보면서 복음에 예수님이 주무시고 계시고 제자들이 예수님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소리치는 부분이 생각났다. 그리고 ‘주 품에’라는 찬양도 생각났다.

‘거친 파도 날 향해와도 주와 함께 날아오르리, 폭풍 가운데 나의 영혼 잠잠하게 주를 보리라.‘라는 가사가 있는데, 진짜 거친 파도가 삼켜버리려는 상황일 때 그게 가능할까? 나도 복음 속 제자들처럼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울부짖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리더는 나뿐 아니라 식구들을 살리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대건 신부님은 파도에 휩쓸려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키를 놓지 않고 어떻게든 배를 조정하려고 애쓴다.

무게가 나가는 쌀 가마니를 버리라고 한다. 식량은 먹고사는 게 달려있는 문제인데 앞으로의 항해를 생각하면 필요하지만 당장 살기 위해 버려야 한다.

위기에 처했을 때 쌀 가마니 같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뒤에 대사에, 수많은 배가 침몰했는데 우리는 잘 헤쳐 나온 거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보면서 그럼 왜 순교당하냐고 끝까지 지켜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예수님께 해코지하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분의 때가 차지 않을 때라 아무도 어찌하지 못했지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셔야 하는 때가 오자 병사들에게 붙잡히셨던 게 생각났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도 온갖 죽을 위기가 있었지만 하느님이 신부님을 통해 일하시고 계셨기에 가능했고 또 붙잡혀 돌아가셔야 하는 때였어서 신부님의 죽음을 통해 더욱 천주교가 널리 퍼지고 뿌리내리기 위해서 그리됐었지 싶다.

중국 어드메에 접선하는 술집에 일하는 여자가 용감하게 신부님을 돕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여자라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여자여서 할 수 있는 것들, 자기 처지와 역할 안에서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여자가 멋졌다. 이 여자는 역사적 인물은 아닌 것 같지만, 세례명도 부정한 여인으로 불리다가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던 막달라 마리아고, 예수님 죽으실 때 마지막을 지켰던 성녀처럼 이 여인도 김대건 신부님이 순교하실 때 그곳을 지킨 것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신부님이 첫 사제가 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조선 신자들이 고대하던 조선 최초의 사제가 탄생한 것이다. 서품을 받는 신부님의 모습은 물론, 그 미사에 함께하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눈빛도 인상적이었다.

신부님이 고향에 돌아가서 라틴어로 미사 집전하고 어머니께 성체를 주시는 부분도, 동생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모습도 가슴이 찡했다.

또 가족이 보고싶어도(보고싶을 것으로 짐작) 주님이 맡기신 일에 매진하는 모습도 와닿았다

자기가 인간적으로 돌보고 사랑을 주는 것보다 주님께 가족을 봉헌하고 주님께서 돌보고 계심을 믿는다는 게 느껴졌다.

주교님이 투옥된 신자들을 위해서 자진해서 순교하러 오신 모습, 김대건 신부님이 자신을 도왔던 뱃사람에게 옥중에 세례를 주는 장면, 순교하신 장면에서 엄청 울었다.

사랑이구나.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 사랑이구나.

영화 전체적으로 신부님들이 하느님 백성인 조선 신자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감동이 더 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이를 귀하게 여기는 하느님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어느 등장인물 하나 조연이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천주교 신자들이 외국배가 나타나면 천주교가 조선에 잘 자리 잡을 거라고 그런 귀인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신부님 같습니다 라고 신자가 김대건신부님께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신부님이 나 하나가 아니라 여기 배에 있는 모두라고 했던 것도 마음에 남는다. 모두가 귀인이라고.. 천주교가 뿌리내리도록 하느님을 사랑하고 성사를 보고 증거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수많은 무명순교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그 메시지가 잘 녹아든 영화인 것 같다. 옥중에 뱃사공과의 대화에서 신부님이 뱃사공의 가족 한 명에게 배교하고 돌아가라고 했다는 얘기를 하였을 때, 순교는 천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된다고 했던 신부님의 말씀도 마음 깊이 남았다.

나도 하느님을 위해 기쁘게 순교할 수 있을까?

기쁘지 않고 밉고 사랑하고 싶지 않은 이런 내 마음 내 뜻이 올라올 때 내 뜻을 죽이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는 요즘이었다.

가장 큰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랑을 청해야겠다. 주님 저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주님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당신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십시오. 순수하고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바다를 바라보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던 영화 속 김대건 신부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순수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김대건 신부님처럼 열정적으로 가슴 뛰게 뜨겁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나?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주고 있나?

성령님의 이끄심에 순종해서 신부님이 되기로 한 김대건. 앞뒤 생각 하지 않고 단순하게 성령님을 따르면서 하느님 뜻을 이루며 살고 있나?

하느님 뜻을 이루기 위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교육들, 기회들, 경험들, 순간들을 온전히 몰입해서 소화하고 있나?

하느님 뜻을 이루는 통로가 되겠다고 달려왔던 시간들을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통해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기도드리며 김대건 신부님 주님 뜻을 이루며 사셨던 것처럼 주님 뜻이 제게 이루어지도록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


신부님 순교장면은 여파가 오래갔다. 한편으로 하도 사람 목을 많이 베서 망나니들 칼이 무뎌져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절두산성지에서 들었던 얘기도 생각이 났다. 12월 26일은 첫 순교자였던 스테파노 축일로 스테파노 성인의 순교 내용이 1독서 에 나와서 영화 리뷰를 완성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

오늘의 화답송으로 마치고자 한다.

주님, 제 목숨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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