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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06. 2021

뿌리 깊은 나무가 되자

어둠의 시간을 견디며 뿌리 내리다 보면 아름드리나무가 될 거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높이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데 헛수고일 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해. 깊이를 가지려면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거니까... 깊이를 가진다는 건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어둠의 시간을 견디겠다는 뜻이니까.

- 이철환의 「위로」 중

하나의 메시지라고 하기엔 길지만 이 대목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고 엎어져있던 내가 다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해 주었다.

작년에 우울증, 불안이 밀려오고 건강이 나빠져서 병가를 내기로 했을 때 팀장님이 주신 동화책이다.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일해온 기간에 비해 깊어지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돌아보며 후회와 자책 속에서 힘겨워할 때 이 동화책이 대답을 해준 것 같았다.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으며 깊어지다 보면 높게 자란 나무가 될 거라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자기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뿌리내리지 못했던 나.

어둠의 시간을 견디며 긍정 확언을 하면서 뚫고 가는 중이다.

이제는 어떤 선택이든 피하지 고 결정하고 그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못난 모습이어도 '그래 나 이렇게 못났다 어쩔래' 뻔뻔하게 다른 이들의 비판, 평가도 받아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하면 더 잘할 텐데, 내가 하는 게 맞을까, 내가 비켜줘야 이 일이 더 잘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움츠러들었는데 그런 생각도 떨쳐내기로 했다.

무대 가장자리로 나를 밀쳐내는 대신 내가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닥이고 스스로 응원해주기로 했다. '나는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부담을 지우는 것도 내려놓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충실히 하고 또 그만큼 내가 맡은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조금씩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을 거면 아예 시도하지 않았었는데, 이젠 죽밥이 돼도 우선 밥을 짓는 시도를 하는 편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달어스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하루하루도 그렇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글의 퀄리티도,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벽돌을 하나하나 쌓고 송판을 하나하나 깨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꾸준함이 탁월함을 만들어 낸다'라는 친척 언니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도 생각이 난다.

그렇게 꾸준하게 누가 뭐라 하든 어떻게 보든 뚝심 있게 살아가려고 삶의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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