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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08. 2021

겉은 민들레, 속은 난초인 사람의 비애

함부로 대하지 말란 말이야

사람들은 첫인상을 보고 내가 둥글둥글하고 소탈하고 침착하고 유순한 사람인 줄 안다. 

그런데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예민하고 시니컬하다. 불안해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지나가면서 하는 말에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겉은 '민들레'인데 속은 '난초'다...

사람들이 많이들 외모로 다른 사람의 성격, 성향을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나는 평소 외모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다. 나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꾸밀 의욕이 없기도, 꾸미는 게 귀찮기도 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기도 해서다. 내성적이다 보니 말이나 행동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관심이 없는 부분에서는 아는 것도 별로 없거니와 자신이 없어서 주로 듣기만 할 때도 있다.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고 업신여길 때도 있고 가르치려 들거나 자기 생각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등 함부로 대할 때가 종종 있다.

그 갭을 극복해가는 과정 중에 있는데 내 나름 몇 가지 대응법을 찾았다.


첫 번째,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부분을 쿨하게 인정하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도 있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신이 맞고 내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거야 라는 걸 대화 속에 메시지를 넣어서 들려주는 거다.


A: 분노할 때는 분노할 수 있어야 하고 말할 때는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B: 저는 화가 심하게 나면 오히려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굳어버려서 말을 하지 못해요. 그리고 집에 가서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됐는데 하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요. 요새는 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데, 평생을 쓰지 않던 근육을 쓰려고 하니까 쉽지 않네요. 


두 번째, 그 사람이 한 말에 대해서 엉뚱한 말로 받아쳐서 웃음을 유발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다.

A: 너 오늘 입은 옷이 인민군 같다.(외모에 대해 비꼬는 말)
B: 애미나이, 암호를 대라우~(인민군 말투로 대응함)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분위기를 제압하기 위해서 손쉬워 보이는 상대를 공개적으로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능글맞게 맞춰주는 듯 맞받아치는 거다. 주변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웃으면서 분위기가 풀어진다. 또는 '이거 보세요 이 사람이 이런 얘기해요, 웃기지 않아요'라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관심을 유발한다. 


세 번째, 어느 누구도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단정하고 만족스러운 옷차림, 웃는 표정과 여유로운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에너지가 많이 든다. 예전에는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속상해했었는데, 나도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챙기고 가꾸는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나 자신이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기가 막히게 감지하고 그 부분을 찌른다. 그 부분을 찔러도 내가 이런 모습인 것도 만족하고 아무렇지 않아 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그런 공격에 더 쉽게 무너진다. 그 부분을 공격한다는 것을 안다면 애초에 그럴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늘 깨어있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이 나오거나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 든다면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리고 어깨와 허리를 쫙 펴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별 일 아니야, 이런 상황들도 내가 충분히 다룰 수 있어. 나는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


 마음이 여린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하든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나도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그럴만하다고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가 어떤지 모른다. '나는 이런 것이 편해요', '나는 이럴 때 이렇게 느껴요'라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렇게 표현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 그것을 상대방도 편하게 느낀다는 것을 기억하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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