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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12. 2021

모순적인 행동에도 이유가 있었다

그랬구나 나한테 그런 열망이 있었구나


지난번 8일 차 질문 '당신 안에 공존하는 모순된 성향 또는 욕망은 무엇인가요?'에 대해서 스스로 석연치 않았는지 계속 관련 글감이 생각이 나서 다시 쓰게 됐다.

겉은 민들레, 속은 난초인 사람의 비애 (brunch.co.kr)


관심받기 싫은데 인정은 받고 싶다

나는 사람들 시선과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공통 주제를 가지고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불편하고, 심지어 단톡방에서 잡담을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눈팅만 주로 한다. 그리고 학생 시절은 학교에서도 직장인이 되고서는 회사에서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회사에서 업무 공유를 위해 주간회의가 꼭 필요한 것을 알지만 내가 무슨무슨 일을 지난주에 했고 이번 주에 어떤 일을 할 건지 모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싫어서 월요병을 심하게 겪는다.

 

그런데 성당에서 봉사할 때 '인도자'라고 해서 참가자들을 기도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인도자가 복음 말씀 중 하나를 뽑아서 그 주제로 자신이 일상을 살면서 겪었던 체험, 깨달은 것들을 많은 참가자들(80~100명) 앞에서 기도와 찬양곡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강의도 맡았는데 같은 봉사자들 앞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잘 풀어갔는데, 실전에서는 머리가 하얘지고 발음도 꼬이고 버벅거렸다. 결국 읽어버린 것 같다. 발표는 전달을 하는 것인데, 나도 듣는 입장이었기에 잘 안다. 읽어버리면 전달력이 떨어지고 지루해진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것 같다.

그 압박감을 이겨낼 만큼 자신감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실력 발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앞에 나서는 것 = 인정받는 것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게 편하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을 같이 잘 되도록 협력하는 게 편한데, 그렇게 되면 내 실력을 저평가받고 변두리에 있는 조연 취급당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공을 다 차지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걸 억울하게 느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즐기고 만족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게 어떤 거라고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내공을 쌓아가고 나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으면 되는 건데...


나를 드러내거나 내 생각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싶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글쓰기, 홍보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왔다. 확실히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좋아하고 인싸 기질이 있는 사람이 소통도 잘하고 정보도 많이 얻는다. 두렵고 상처 받을까 봐(실제로 내 모습을 드러냈다가 상처 받은 경험도 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꺼리고, 내 의견을 많이 표현을 하지 않고 또 물어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보니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내가 그 소통 과정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듣고 들어줄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들어줄 여유가 없는 이유는 자신감이 부족해서 인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만족스럽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들어줄 준비, 물어볼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이래도 나랑 친해지고 싶나요? 나와 비슷하게 느끼나요? 그런 사람 있다면 같이 마음을 나눠요, 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성향은... 내가 느끼기에 '아싸'기질이기 때문에 많지 않고, 오해를 사거나 처음 작성한 버전처럼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기에 내가 많이 움츠러들고 드러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랑 엮여서 일하고 싶지 않은데 어디에 꼭 소속돼있다

덕질을 할 때도 혼자 다니고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굳이 팬싸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공연보고, 그림 그리는 것도 동아리에 소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성당에서도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내 감정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필요한가 보다.

또 좋은 것을 공유하고 교류하고 싶은가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감정으로 같은 취향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것을 접점으로 친해지고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나 보다. 

다수가 함께하니까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그 사람들을 통해서 느끼고 싶었나 보다.



쓰고 보니 나의 모순적인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느끼는 다수의 사람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이해받고 싶었고 소통하고 싶었고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구나.

이렇게 요약하고 나니까 왠지 속상하고 씁쓸하다.


굳이 나를 다른 사람이 좋게 평가하고 이해해주지 않아도 된다.

상대 역시 꼭 그렇게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라는 것은 적게... 적어야 실망도, 상처도 받지 않는다.

내가 나인 것으로 만족하자.

내가 다른 다수 사람들과 느끼고 생각하는 것, 표현하는 게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이자.

그리고 좀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런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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