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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Mar 11. 2021

칼자루 쥐는 것을 두려워 말자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 팀워크를 위한 양보와 타협 사이의 균형잡기

나는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지 못했다.

데일리하게 맡고있는 업무 이외에 부서 차원에서 바라는 시의성 있는 업무가 팀 단위로 떨어질 때가 꽤 많았다. 각자 맡고 있는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시의성 있는 업무를 정교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들을 겪고 그레이존을 메우고 시간은 배로 걸릴 때가 많았다. 시의성 있는 업무를 '제대로 된 중요한 일'로 만들어가보려고 했지만 기초가 엉망인 부실공사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새로 떨어진 업무' 맡기를 꺼리게 되고 개인의 전문성과 팀워크는 대척점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위에서는 나름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비용처리를 위해서 외주에 주요 기획을 맡기고 부수적인 업무들을 담당자가 처리하는 형식으로 일을 하기를 바랐고, 담당자들은 콘텐츠 기획을 맡아서 진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부수적인 업무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부서 내 갈등이 늘 존재했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힘들다.

한 팀으로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서로 협의하고 각자 희생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 배에 탔지만 서로들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기에 회의감을 많이 느꼈고 지금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나는 팀원들과 상사를 신뢰하고 서로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조직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나의 포지션과 잘 융화시키고 그레이존을 내가 메우더라도 안될 것 같은 일도 되게끔 해서 그 일이 궁극적으로 기관이 돕고자 하는 대상에게 유익이 되는 게 중요했다.

내가 어떤 작은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았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나서 그간 일했던 것을 돌아보니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내가 맡고 있는 본업, 일에 대한 공부, 탐구, 새로운 시도도 해보면서 깊어지려는 노력도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힘이 있는 나무가 되어야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포용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이렇게 하면 잘 되겠지, 리더에게 상부에 의지하고 맡겨놓는 게 아니고 오롯이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단단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어야 했는데... 당시에 둘다를 해내기엔 갈등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가 불분명했고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없었고 체력도 에너지도 용기도 배짱도 없었다.

그저 간절히 태풍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나 실수할까, 어떤 일들이 몰려올까, 그러면 나는 어떻게 선택하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할까 늘 곤두서있었다.

일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부서 간 갈등상황에 대처하는데 모두 빼앗겼던 것 같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얽혀서 촌각을 다투며 일하는 것보다는 어떤 명확한 업무 영역 안에서 (약간의 변주를 할지언정) 몰입해서 일하는 업무환경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적응의 동물이라고, 구글 캘린더/월별 업무 캘린더 등을 활용해가며 시간관리/콘텐츠 일정관리 등을 하면서 또 나를 너무 갈아넣지 않고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호흡을 가져가면서 일하는 방법을 익혔던 것 같다. 그것도 외부 요인에 의해 어그러지기 일쑤였지만.

정말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 걸까.

각자의 자아실현일까, 조직의 안녕일까, 추구하는 이상일까.

무엇을 위해 일했던가, 수년 간 일해온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초라한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회의감이 밀려왔고 우울증과 번아웃 쓰나미에 휩쓸렸었고 자기발견 글쓰기를 하면서 내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조직은 결코 나의 성장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 내 인생의 키를 다른 누구에게 맡기는 어리석은 짓은 다시하지 않겠노라, 고단하고 두려울 지라도 피하지 않고 내면의 나와 치열하게 대화하며 방향을 살피며 뚫고 나아가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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