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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Mar 09. 2021

제너럴리스트에서 벗어나기

내가 하는 일은 디지털 PR 업무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운영하고 기관색에 맞는 채널을 발굴하고 콜라보하여 브랜디드콘텐츠를 만들어 보다 많은 잠재고객에게 알리고 확산하는 일이다.


드라이퍼스 모델에 따르면 나는 2단계 고급 입문자(Advanced Beginner)의 단계로 옮아가는 중이었다.

선임이 잘 닦아놓은 매뉴얼을 익히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익숙해진 뒤에는 요즘 인기 있는 소재를 접목해 콘텐츠를 기획해 소통하기 시작했다.

기획한 것이 잘 먹혀서 반응이 폭발적인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도 있었는데 그 이유를 명확히 가려내기가 어려웠다.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조정하고 산출물을 내는 것이 버겁고 어려웠다. 채널 담당자가 혼자이다보니 홍보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여러 부서 담당자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메신저, 전화, 메일로 연락이 왔다. 기획/제작/유통/행정처리 모두 혼자서 해야하다보니, 마감 등 시급한 일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흐름에서 모멘텀에 맞는 콘텐츠 기획을 잡아가고 그 사이사이에 요청 콘텐츠를 끼워넣어야 하는데 전자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버거웠다. 그래도 타 부서 요청 건을 잠재고객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소구되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정제하는 부분에 에너지를 기울여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

전사 차원에서 굵직한 아이템을 가지고 홍보를 기획하는데 관련 부서간 소통이 필요하고 부서 별로 업무 분장을 해서 협업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을 중재하고 리드하는 것은 상사에게 의존했다.

그런데 상사가 큰 흐름을 그리고 중재하기 보다 건건이 생겨나는 일들을 토스하고 하나하나 검수, 수정하는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하여 실무하는 입장에서 그레이존을 채워가면서 일을 하느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레이존을 채우다보면 내가 집중해야하는 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되고, 또 그 부분을 누가 하느냐에 대해서 상대 부서 담당자와 갈등이 생겨나고, 큰 숲을 보지 못해 방향성이 어긋나거나 전체적인 스케줄이 늦어지게 된다.


나는 기관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아이템을 잠재고객이 필요로 하는, 입맛에 맞게 콘텐츠를 생산, 유통해 각 부서 담당자들이 원하는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며 잠재고객들의 브랜드 로열티를 키우는 홍보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기관의 정신 - 부서 담당자들의 아이디어 - 잠재 고객의 니즈'가 충족되는 시너지가 나는 홍보를 하고 싶었다.

거기에 홍보팀의 방향성을 더해 콘텐츠를 완급/강약 조절하고 정제해서 적재적소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여섯 기둥에 대해서 고민해봤는데, 키메시지를 담은 콘텐츠(일련의 디자인 산출물을 포함)을 매개로 잠재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한달자기발견 리더 이진선 님이 그리신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인 전문가' 그림과 큰 맥락에서 같았다.

 

각 여섯 기둥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적어보았다.

 

태도: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헤아리며 경청해서 듣되, 청자인 고객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도록 이야기를 풀어가며 가지치기를 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중심을 잘 잡는 것

지식: 최신 트렌드, 데이터분석(GA, CRM), 채널별 새로운 기능 숙지, 핵심타겟의 채널별 이용현황/추이, 업계 동향(모니터링),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매체 활용 pool(단가 등)

기술: 콘텐츠 기획력,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능력, 디자인 툴 활용능력, 사진 촬영/보정, 시간관리

사고력: 프로젝트가 진척되기 위해 수반돼야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어떤 부서/어떤 영역이 협업해야하는 지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 스케줄을 짜고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플랜A, B 등을 세워 두는 것, 이 업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를 설정하는 것

디렉팅: 크리에이티브적 발상과 트렌드에 맞게 프로젝트의 결을 살려 설득할 수 있는 키메시지, 키비주얼을 뽑고 구현하는 것.

커뮤니케이션: 타 부서 간 업무 조율, 상부에 현재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상황을 중간중간 보고하고 기대효과를 어필하고, 이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상충될 경우 부서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관철하여 추진하는 것,

아래 직원들에게는 각자가 맡고 있는 업무 영역과 잘 융화되어 가져갈 수 있도록 배분하고 일을 '시키기 보다' 하고 싶고, 잘 되게 하는 것이 본인의 업무 역량과 영역을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하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


고객들로부터 브랜드로열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고객(직원)이 회사/기관의 비전에 공감하고 일체감을 느끼고 해당 브랜드에 대하여 동일한 메시지를 내고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느꼈다. 조직 내 소통이 잘 되고 한 몸으로서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때 고객들에게 일관된 이미지와 메시지를 줄 수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다. 흔히 쓰이는 유행어 '믿고 보는 OOO'와 같이, 브랜드(회사/기관)를 믿을 수 있을 때, 고객들이 메시지에 대한 수용력도 커지고, 합리적 소비자의 기본 소양처럼 여겨지는 '묻거나 따지기' 대신 모든 경쟁후보들을 제치고 선택 받기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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