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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Nov 01. 2020

발달사항 점검 및 심리검사




발달사항 점검


 1. 발달사항 점검과 심리검사


 학부모와는 수업 전 오티로 먼저 만나 수업과 관련된 교육안내와 진행표를 나누며 앞으로의 수업에 대해서 계획한다. 오티 때 아이도 얼굴 보며 인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학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터라 아이와는 잠깐 인사만 할 뿐 별다른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다.

 태준이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학부모와 이야기가 단 1분도 이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있는 장난감들을 와르르 쏟아냈고 책장에 있는 책들도 모두 다 꺼내 바닥에 던지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중간중간 학부모님이 혼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지만 행동에 제어가 안된다. 방문수업 10년 차가 되다 보니 오티만 들어가도 집안 분위기, 어머님 말투, 아이 행동 등. 앞으로 이 아이와 어떤 수업이 될지 조금 짐작한다. 오티 수업에서부터 호되게 당하고(?) 온 이후 앞으로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근심이 쌓인다. 수업을 잘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니 괜찮다. 또 그날만 그랬을 수 있으니 잘 적응하자 혼자 마음을 다진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태준이는 손에 든 건 뭐든지 쏟아내거나 던진다. 교구가 한두 개가 아니라 여기저기 쏟아지면 정리하느라 수업시간이 다 갈 정도다. 차선책으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활용한다. 꺼내자마자 새 스케치북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색연필을 한 자루가 다 닳을 때까지 칠한다. 내가 스케치북을 치우자 급기야 책상 위를 다 칠해버리고 바닥까지 낙서를 하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이런 수업을  달째 이어가다 결국 나는 책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태준이를 안았다. 뭐가 속상한지, 화나는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지 조용히 묻는다. 태준이는 이제 겨우 다섯 살, 자기감정이 어떻고 행동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턱이 없다. 그냥 내 마음만 줄줄 이야기해본다.


생님은 태준이가 너무 좋아. 같이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멀리서 왔고 일주일 동안 내내 보고 싶었어. 선생님은 태준이네 집에서 계속 있을 수 없고 정해진 시간이 다 되면 다른 친구 집을 가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가면 선생님이 너무 슬플 거 같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놀자.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사나웠던 태준이는 온데간데 없고 내 품에 안겨서 순한 양이 된 것처럼 얌전했다. 알아들었는지 다시 책상에 앉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좋아할 만한 만들기나 스티커, 도장 등을 꺼내 겨우 수업 마무리를 한다. 죄송하다는 어머님께 '괜찮아요' 웃으며 말하고 나왔지만 정말 오랜만에 힘들었던 수업.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태준이 생각이 나고 밥을 먹으면서도 다른 아이 수업을 하면서도 태준이 생각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 태준이는 인사도 잘하고 수업도 잘하고 또 자주 웃는다. 돌발행동도 찾아볼 수 없고 숫자와 글자 쓰기를 매주 갱신하고 있다. 학습력이 뛰어난 아이였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가르치는 재미까지 생겼다. 태준이는 수업시간이 짧다며 투정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자고 가라고도 한다. 내일도 오고 내일모레도 오고 매일매일 오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친해졌다. 나는 수업을 마치고 현관에서 인사할 때 태준이를 꼭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한다. 헤어짐을 늘 아쉬워하는 태준이지만 나의 애정표현에 현관에서 팔짝팔짝 뛰며 한껏 웃으며 '사랑해요 선생님'이라고도 말한다. 태준이 덕에 내 마음도 이만큼 부풀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태준이는 외아들이다. 넓은 평수는 아니지만 엔틱가구와 크고 작은 조명들로 집이 한껏 고급스럽다. 가사를 도와주러 방문하시는 이모님이 계셔서 늘 깨끗한 상태로 집이 유지된다. 수업 준비도 철저히 하시는 어머님. 집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이 항상 풀메이크업이고 태준이도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이다. 보통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은 내복 차림인데 나는 태준이가 내복 입은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남방이나 목티, 카디건, 청바지의 다 갖춰 입은 차림으로 수업을 한다.

 짐작하기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완벽한 생활과 아이가 자라면서 발휘되는 자유분방함의 충돌이 있었을 거 같고 거기에서 오는 어머님의 단호함과 엄한 훈육이 태준의 돌발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태준의 돌발 행동에 어머님은 어김없이 목소리가 커지고 나도 같이 '움찔' 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으로 변한다. '도깨비'와 '회초리'를 찾으며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싶어 하지만 그때만 잠시, 오히려 더 엇나갈 뿐이다.


 어머님도 가끔 답답하셔서 내게 이런저런 일들을 물어오신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아요?', '다른 아이들은 어때요?' 내 눈에는 보이는 것도 있고, 하고 싶은 말들이 정말 정말 많지만 '애들이 대부분 다 그렇죠, 태준이는 조금 과한 케이스이긴 한데 나이 때에 맞는 자연스러운 과정 같아요. 훈육도 필요하지만 많이 안아주시고 사랑해주시고 따뜻한 말로 대해주세요' 정도로 말한다. 태준이를 보면서 오래 생각해왔던 거지만 마치 다른 아이 케이스가 있었던 것처럼 '주변에 보니 아이 인지발달사항이나 심리검사도 많이들 받더라고요, 그런 검사들로 도움을 얻어도 좋을 거 같아요.'라고 그간의 속 깊은 나의 의사도 건넨다. 나는 아동심리학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의견을 있는 그대로 말할 없다. 최대한 돌려서 말해본다. 이후 어머님은 상담을 받으셨고 상담사분의 어머님 훈육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실제적인 행동에 대해서 전해 들으셨다고 한 번에 바뀌진 않았지만 점차 바뀌어갔다,

 처음 오티 때 마주했던 태준의 무표정과 매서운 눈초리는 온데간데없이 귀여운 눈웃음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나는 더 자주 본다. 어머님도 큰소리보다는 웃음소리로, 회초리보다는 안아준다. 이전보다 더 행복한 모습이다, 태준이도 어머니도.




이 외에 초등학생이 주영이는 그간 학업 스트레스가 있었던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침대 위에 올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방방 뛰거나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고 손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2년 넘게 수업을 했는데 요즘 처음 보는 행동들이다. 여섯살 정훈이도 수업하다 말고 책상위로 올라오거나 책상에 자기 머리를 콩콩 박기도 하고 주먹으로 내 얼굴 주변을 왔다갔다 하는 등 수업내용 보다 수업태도를 기르는데에 많은 시간을 쓰기도 한다.


 압구정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 부족한 아이들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는 부모님들도 있다. 감추고,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기보다 오히려 도움이 될 만한 상담을 찾아다니고 주변 학부모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 등을 당연하다 생각한다.

 아이들 1년은 어른의 1년보다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이 들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뒤처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도 늘 달고 산다. 오히려 불안과 조급함이 아이를 자연스럽게 키우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는데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처럼 세상에 나쁜 사람도 없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있고 아이라는 세상을 마주하며 빚어진 갈등에 엄마도 아이도 아픈 과정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사는 게 가족이다. 요즘 인기 있는 육아 예능 '금쪽같은 내 새끼'를 종종 보는데 제삼자 입장에서 딱 봐도 부모가 잘못했고 아이가 불쌍해 보이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겪는 과정이다. 오은영 박사님의 아이와 부모의 대한 분석과 처방으로 아이와 부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아프면 병원에 간다. 우울증도 요즘은 심각하게 다루거나 감추기보다 누구나 겪는 감기처럼 자연스럽게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다. 아이의 신체상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병원을 찾는 것처럼 아이의 이상 행동에도 자연스럽게 검사를 받는 추천한다.


  수업도 잘하고 태도도 좋은 쌍둥이 남매가 있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모두 받고 자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아동 발달 심리 검사 등을 받는다고 한다. 신체와 두뇌처럼 정서도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마음과 정서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교육학이나 아동심리학 전문가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경험한 가정교육들을 정리한 것이고 주변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먹는 거, 자는 거, 교육하는 거 등 친구들에게 말했던 내용을 정리해본 것이기도 하다. 정리정돈, 규칙적인 생활, 가정교육, 식습관 다양한 케이스들을 종합해 놓았기에 압구정 모든 아이들이 다 이렇게 교육을 받는 것 또한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에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이었다.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고 맞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한 가지 행동만이라도 지키려고 하는 마음가짐. 그 마음 가짐이 쌓여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위의 내용들도 다 지키기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처럼 이중에 하나만이라도 듣고 행동한다면 아이의 일상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발 정리하기와 겉옷 걸어놓기, 소리 내지 않고 걷기 등으로 나의 일상이 달라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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