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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Nov 01. 2020

가정교육 : 인사 잘하기



가정교육


 1. 인사 잘하기


  아파트 입구에 경비실이 있고 지나가면서 경비원 아저씨들과 종종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꼭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시는데 '나는 입주민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고개만 끄덕이곤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아침 수업이 있는 날은 계단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와도 만나는데 아주머니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신다. 여기 아파트에서는 그렇게 인사를 하기로 했나 보다, 기분도 좋고 감사하기도 해서 처음에는 어색했던 인사가 이제는 나도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아파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 같아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저녁 수업을 다 마치고 퇴근하는 길, 아파트 입구에서 초등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이와 마주쳤다. 주변이 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는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나를 이웃주민과 헷갈렸나 보다 당황했지만 '안녕'하고 나도 손을 잠깐 흔들어 보였다. 피곤했던 퇴근길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날 저녁 남편이 아파트 근처로 마중을 나왔고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5분 정도 늦었다. 미안함에 괜히 이런저런 말을 꺼낸다. 


"아파트 입구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나한테 인사하더라 아는 사람인 줄 알았나 봐. 근데 가방을 메고 깍듯이 인사하는데 애가 귀엽고 나도 기분이 좋더라고.",

"어? 맞아 나한테도 인사했어!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하라고 배웠나 봐. 참 잘 배웠어.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이후로 며칠 뒤 전혀 다른 동 아파트 4층 수업이었고 초인종을 누르고 대기하고 있는데 밑에서 웅성웅성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여자아이 둘이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는 길이었고 내가 있는 걸 발견하자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두 아이 모두. 아직 초등학생이고 배운 대로 할 나이이기도 하지 생각했는데 며칠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도 어김없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옛말에 '인사만 잘해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인사만 잘해서 먹고 살뿐 아니라 실제로 '인사'와 '친절'로 세계 최고의 택시회사가 된 MK 일본 택시의 성공사례가 있다. 2014년 기업경영 전략에 관련된 책을 출판했고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많은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인사와 친절에 대해서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와 관련한 강의들도 속속 생겨났다.

 

 같은 해 김종규 부안 군수는 '친절을 디자인하라'라는 제목으로 직원들의 친절교육 특강을 진행했고 강의 중 "유능하지만 불친절한 공직자보다 무능하지만 친절한 공직자가 더 낫다"며 "민원인의 경우 첫 대면에서 공직자의 업무적 전문성을 알 수는 없지만 친절도는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만큼 친절행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민원인은 공직사를 평가할 때 '업무 잘한다'는 평가는 없어도 '친절하다'는 평가는 바로 한다"라고 친절행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2014년, 부안군 부안 포커스>



아이들의 부모를 나는 모른다,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그런데 그들의 부모가 어떤 부모 일지 그려진다. 경비원부터 아이, 학생에 이르기까지 꼬박꼬박 건네 오는 인사가 내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편의점이나 버스나 택시에서도 인사는 것은 물론 계산을 하거나 거스름 돈을 받을 때 두 손으로 받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작은 실수에도 '미안합니다' 말한다.

강남구의 슬로건은 "품격 있는 강남"이다. 처음 문구를 발견했을 때 속으로 '좋은 건 다 갖다 붙이는구나." '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몇 년 동안 이곳을 다니면서 내가 경험한 강남, 압구정의 품격은 다른데 있지 않았다. 사소하고 작지만 깍듯한 인사상대를 배려하는 여유, 이게 바로 '품격'이구나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었다.


  

2어른들에게는 높임말


 아이들이 보통 4-5세 까지는 반말이 일상이다. 그러다 7-8세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깍듯한 인사와 존대말로 수업을 받는다. (몇몇은 2-3살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존댓말을 하기도 한다.)


  6살 나연이는 키즈모델인가 싶을 정도로 예쁘게 생겼고 옷도 많아 갈때마다 늘 예쁜옷과 새로운 스타일을 입고 있다. 나중에 커서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예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고 하니 자제하려고 하는데도 나도 어쩔수없이 '나연아, 왜이렇게 예뻐,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아이다. 나연이는 그게 일상인 듯 별 반응이 없다. 외동딸에다가 주변에서 예쁘다고 관심을 가져주니 약간 도도하고 새침데기 같은 면이 있었다.

 나연이네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까이 살고 있다. 바로 옆 라인 아파트에 살고 있어 자주와서 식사를 하거나 나연이와 시간을 보낸다. 자애로운 할머니에 비해 엄한 할아버지, 가끔 눈물이 쏙 빠지도록 할아버지에게 혼나는 장면을 한번 목격한 적이 있다. 하나밖에 없는 손녀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테지만 할아버지의 엄한 교육은 교사가 와도 흔들림이 없었다. 얼마 있다가 수업을 들어갔고 뒤이어 나연이도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들어와 수업을 하곤 했다.


 8살이 된 나연이는 무심코 예쁘다는 말에도 "감사합니다"하며 꼬박 대답한다. 그리고 책상 위에 모두다 자기 문구류임에도 내 옆에 있는 파란펜을 쓰려고 팔을 뻗었다가 "선생님,저 파란펜 좀 써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써도 된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라고 또 말한다. 어머님이 가끔 간식을 가져다 주시는데 선생님 먼저 드시고 먹는거야 라는 말에 "선생님 먼저 드세요"하곤 내게 과자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나연이도 과자하나를 먹는다. 뒤이어  또 "선생님 먼저 드세요"하고 과자를 건넨다. 엄마가 한 말을 기억하고 과자를 먹을 때마다 내게 건네고 있던 거였다. 나는 처음에 한번만 권하고 나연이 먹어도 된다며 웃으며 다시 가르쳐 주었다.


"드세요", "~라고 하셨어요." "000께서", "여쭈어 봐야지" 등의 다양한 높임말들도 배워 적절하게 말하고 두손으로 물건을 받거나 주는 등 공손하게 행동한다. 1-2년 사이 나연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배워야 하고 어른들은 잘 가르쳐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나연이와 같이 압구정에서는 7-8세정도 아이들 대부분 어른들에 대한 높임표현이 일상이 되어있다. 작은 것이지만 놓치지 않고 집안에서는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 같다.



 3.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피해 주지 않기


 서원이에게는 오빠가 있다. 오빠를 좋아하고 다 따라 하는 서원이는 핑크 핑크 한 예쁜 자기 방이 있으면서도 오빠 방에서 공부하기를 더 좋아한다. 한동안 서원이 방에서 공부를 했고 그날은 오빠 방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에 교재와 교구를 옮기고 오빠 책상 앞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종이 한 장이 책상 앞에 붙어있길래 가만히 읽어본다. 내가 하면 절대로 안 되는 행동과 앞으로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몇 가지를 적어놨는데 아홉 살 오빠의 너무 귀여운 다짐들이었다. 학교에서 쓰게 되었는지 부모에 의해 쓰게 되었는지 본인이 혼자 생각해서 쓰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대부분 내용은 정직할 것과 옳은 행동,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 적었다. <내가 하면 절대로 안되는 행동> 거짓말 하지 않기, 1등하려고 욕심부리지 않기, 다른 사람 탓 하지 않기, 급하게 행동하지 않기. <내가 앞으로 해야할 행동> 친구들한테 양보하기, 내가 불편할 때 사실만 말하기, 지어내서 말하거나 과장하지 않기, 선생님을 순종하기 등.  '나는 몇 개나 지키고 있을까'라는 생각과 '있는 집 아이들인데 인성도 좋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원이 오빠뿐 아니라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 내부 지하주차장이 없다. 지상은 그야말로 자동차들로 아수라장을 이룬다.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주차를 하기도 하지만 출근길이나 퇴근길, 단지 내 좁은 길에 들어서면 나가려는 차와 들어가려는 차가 대치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클랙슨을 울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두 세대 밀려 있는 차들도 조용히 후진을 하며 서로 잘 빠져나갈 수 있게 기다린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거나 큰 소리로 말다툼하는 것도 거의 보질 못했다. 오히려 단지 내 서행운전으로 '내가 먼저'가 아니라 '상대방 먼저'의 배려가 배어있는 듯했다. 보행자와 자동차에서는 자동차가 먼저 지나가도 될 것 같은데도 건너편에서 오는 자동차가 깜빡이를 켜고 멈춰 서더니 내가 먼저 가길 기다린다. 이 정도면 너무 오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나는 결국 배려를 받아 먼저 건너갔다.

 아파트 안에 초, 중, 고등학교가 모여있다. 아이들도 많이 사는 곳이라 교통 때문에 위험할 법도 한데 많은 아이들도 안전한 곳이 압구정이다.


 남편이 가끔 퇴근시간에 맞춰 압구정으로 데리러 온다. 현대 백화점 사거리는 꼬리물기가 일상이고 교통체증으로 서로 먼저 가려고 하는 자동차들의  '빵빵'과 '빠아아아아앙!'의 긴소리 짧은소리가 어울려 버스, 택시,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얼리 설기 얼리어있다. 그런데 현대아파트 단지 안에만 들어서면 운전 매너가 너무 좋다며 감동을 받는다. 깜빡이 키는 것, 실수했으면 미안하다고 손을 들어 표시하는 것, 끼어들기 하는 차나 끼어주는 차를 보면 배려와 여유로움에 동네사람들 인성도 느껴질 정도라며 "역시 압구정"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한다. 사실 이게 기본인데 기본인 것에 감동받는 자신을 보며 씁쓸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예인들도 산다고 하고, 재벌 총수도 살고, 학벌 좋은 부자들도 많이 사는 곳. 가진 것이 많으니 잃을 것도 많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미연에 방지하여 조심하는 것일 있다. 구설수에도 오르내리는 것이 귀찮고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피해 끼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게 하는 것. 그것이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들을 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피해 끼치지 않는 삶, 배려하는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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