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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Nov 01. 2020

가정교육 : 규칙적인 생활





규칙적인 생활

  

 1. 규칙적인 생활 (수업)


 과외와 학원도 그렇겠지만  불가피하게 수업을 못하게 될 경우 미리 상의해서 그때그때 일정을 정하면 조율이 가능하지만 당일에 갑자기 변경되는 수업에 대해서는 보강수업이 불가능하다.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자면, 다른 지역에서 수업을 할 때는 당일 취소 일주일에 적어도 1,2번은 있었다. 한 달에 4,5번 정도? 대부분 "깜빡했어요. 다른 일정이 있는데 시간 맞추어 못 갈 거 같아요."의 이유들이었다.  중간에 붕 떠버린 시간이긴 하지만 보강을 해주지 않아도 되니 나는 근처 카페나 서점에서 개인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꽉 찬 수업일정에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하루에 가능한 할당량의 수업이 있다. 당일 취소 수업이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수업을 넣더라도 거뜬히 그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경험으로 봤을 때 당일 취소는 어쩔 수 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압구정에서도 무리해서 수업 일정을 짰는데 일주일, 한 달, 거의 몇 달이 지나서야 겨우 수업 취소가 생긴다. 이 정도면 취소 수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족 일정, 학부모 일정 보다도 아이 수업을 우선시 해 그 시기에 맞는 체계적인 수업을 받으려고 한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라는 태평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으신다.  깜빡하는 일이 거의 없고 하루 이틀 꼭 전에 이야기해서 받아야 할 수업은 놓치지 않고 챙긴다. 혹여나 생긴 보강에 대해서 나보다 먼저 물어보며 챙기시는 분도 있고, 방학을 이용해 수업 시간 변경을 원하실 경우 한 달 전부터 내게 다양한 일정을 계획해 제안해 오시는 분도 있다.

 수업 시간을 맞춰 오느라 아이와 함께 허둥지둥 오거나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나가지도 않는데 수업 앞뒤로 무리한 일정을 정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언제 가더라도 안정된 분위기에서 수업을 한다.


 나의 꿀맛 휴식은 사라졌지만 다시 생각해도 중요한 교육방식이다. 보강이 많으면 한 달 두 달 수업이 밀린다. 그러다 보면 해이해져서 수업의 중요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엔 수업을 중단하게 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아이가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조언한다. 일단 수업을 시작했으면 정해진 시간은 꼭 지켜서 매주 빠짐없이 수업을 받으라고.






 2. 규칙적인 생활 (식사)


 일 년 가까이 수업 해왔던 지은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님이 수업 시간 변경을 요청해 오셨다. 나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일정이 다 차있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5시 이후 시간을 요청해오셨는데 6시 이후 시간이 될 거 같아 가능 시간 대를 알려드렸는데 '아 그러세요? 그런데 그 시간에 아이가 저녁 먹어야 할 시간인데, 혹시 다른 요일은 힘드실까요? 정 안되시면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시간으로 맞춰볼게요 '라고 하셨다. '시간은 바꿔달라면서 저녁 먹어야 해서 안된다니?!'라는 생각보다 '저녁도 정해진 시간에 꼭 먹이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규칙적인 수업뿐 아니라 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하게 여기는 걸 그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섯 살 재민이와 열 살 재상이의 형제 수업이다. 하원하고 바로 3시 시간에 형이 먼저 수업하고 이어서 하원 하는 동생이 이어서 수업을 한다. 학원 시간이 변경되어 시간을 뒤로 조금 미룰 수 없느냐고 요청해오셨다. 늦은 시각까지 이어져 있는 수업에 단 10분도 뒤로 미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요일 다른 시간을 다시 알아봐야 했고 부득이 이번에도 6시 이후 시간이 될 거 같아 문자 드렸는데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매일 저녁식사를 같이 해야 해서 그 시간은 힘들 것 같아요.' 수업 시간 조율은 온데간데없고 할어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참 좋은 습관이라 생각되었다.


이들에게는 정해진 시간에 하는 일상의 일들도 매우 중요했다.

 


3. 규칙적인 생활 (수면)


 아이들과 수업에 관련된 대화뿐 아니라 일상의 대화들도 나눈다. 지운이는 9시에 잠을 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공부도 하고 수영도 다녀온다고 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유치원을 다녀오고 하원하고 집에서는 여러 차례 방문수업과 과외가 있다. 나도 그 수업 중 하나인데 그런 삶의 패턴이 스트레스 거나 힘들어 하기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정도로 여겼다. 하루 동안 많은 일정에 '바쁘다 바빠'하면서 오히려 지운이는 더 좋아한다고 학부모님께 전해 들었다. 내가 봐도 즐거워하는 눈치다.


 시간에 대해서 배우는 날이었다. 일주일 동안 지운이의 삶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표로 정리하여 각 요일마다 무엇을 하는지 적어보는데 여섯 살인데도 일주일의 일정을 꼼꼼히 적었다. 대략 공부, 수영, 유치원, 방문수업 순으로 적었는데 중간중간 아침, 점심, 저녁도 적더니 매일의 일정에 말미에 '내일 유치원 준비'도 적는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났는데 지운이는 당연한 일정 중 하나다.

 저녁 8시 30분, 수업이 끝나고 거실로 나오는데 스탠드 조명 한 개만 켜놓은 채 깜깜했다. 알고 보니 지운이는 바로 자야 하는 시간, 씻고 바로 잘 수 있게 잠자는 루틴을 정해놓으신 거였다.





  '오늘은 몇 시에 자야지,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지' 하는데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일과를 마치고 책을 보거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유튜*를 보면서 한두 시간 시간을 꼭 보내야 잠을 자는데 그래야만 고생한 하루치의 보상받은 거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계획한 시간에 못 자고 계획한 시간에 못 일어난다. 만약 12시에 자기로 했으면 12시에 노트북을 끄고 침대에 눕는데 당연히 잠이 올리가 없다.

 11시 반부터 집안의 불을 다 꺼본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 신기하게 하품이 연신 나면서 눈물도 줄줄 흐른다. 간단한 스트레칭도 하고 물도 마시며 조용한 시간에 잠시 머무르다 침대에 눕는다.

 잠자는 걸 좋아하고 잠이 많기 때문에 어느 때는 10- 12시간을 잔다. 그러면 그다음 날 잠이 오지 않아 새벽 4-5시까지 뒤척이며 채 6시간도 못 자고 일어나는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종종 겪기도 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피곤하고 삶의 활력도 떨어져 기분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대학병원 간호과장님이 있다. 우리 교회는 큰 교회이기 때문에 주변에 여러 가지 질병으로 물어보시는 분이 많으신다. 나도 종종 나와 가족의 증상들을 물어본다. 많은 말들의 말미에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고' 이 세가지만 지키면 건강은 문제없을 거라 하신다.  규칙적인 수면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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