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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Nov 01. 2020

가정교육 : 정리정돈




 수업을 다니면서 아파트 외부와 내부 반전에 대해서 가장 놀랐지만 그 외 일상에서 조금씩 놀라는 일들이 있다. 고급 인테리어, 아이들의 뛰어난 발달사항뿐 아니라 가정교육과 생활태도 들인데 나도 좋은 생활태도는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현관에서 신발 벗은 뒤 돌려서 정리하기, 이동할 때 발소리 나지 않게 걷기, 겉옷은 의자 뒤에 걸거나 옷걸이에 걸기, 글씨 예쁘게 쓰기, 바른 자세로 앉기 등. 초인종을 누르고 집안을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정말 사소한 행동인데도 들어가면서부터 마음가짐이 벌써 달라진다.


 처음부터 압구정의 이런 생활방식을 알게 된 건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벗고 들어간 신발이 나갈 때 신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겉옷을 한쪽에 벗어두고 손 씻으러 갔는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겉옷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정리해주시는 이모님이나 학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덕에 배웠다. 돌려놓은 신발을 신거나 잘 걸려있는 겉옷을 보면서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늘 기분이 좋다.

 아이들과 마주 보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거꾸로 글씨 쓰기의 달인이 되었다. 아이들이 가끔 "이게 무슨 글씨예요?" 물어보기도 하는데  삐뚤빼뚤 글씨가 부끄러워 최대한 정자로 쓰려 노력한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여 집에서도 신발 정리, 이불 정리가 집안 정리까지 이어졌고 발소리 내지 않고 걷기, 작은 소리로 대화하기가 이젠 더 익숙할 정도다. 


 압구정은 오래된 부촌으로 이른바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등 고위층 주거지로도 알려져 있다.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주거 이전 빈도가 낮고 자녀가 성년이 돼서도 압구정동 거주비율이 높다고 한다* 부의 계승뿐 아니라 의식 수준, 문화, 가풍이 가정교육으로 자연히 이어졌으리라 짐작되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목차별로 정리해 보았다.



정돈된 집


   1. 어릴 때부터 청결교육


 다섯 살 지형이와 책상에서 수업 중이었고 과일과 주스 간식이 나왔다. 지형이가 주스를 마시다가 한 방울 책상 위에 흘렸고 이어서 옆에 있는 티슈를 꺼내 닦는다. 그리고 책상 아래 휴지통에 넣는 걸 봤고 나는 "우와 지형이 정말 최고다!" 하며 진심으로 칭찬하게 되었는데 별거 아니라는 듯 넘어갔다. 아이방에 물티슈와 곽티슈, 쓰레기통이 있어 스스로도 닦고 정리할 수 있게 했다.

 다섯 살 채령이와 수업, 시간에 딱 맞춰 들어왔는데 채령이도 엄마와 막 도착한 듯했다. 욕실에서 내가 먼저 손을 씻고 나와 수업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채령이도 손을 씻고 나오려는데 욕실 수건이 없으니 엄마를 부른다. 채령이네 욕실은 어른 눈높이 수건걸이와 채령이 눈높이 수건걸이 두 개가 있다. 채령이 수건이 없었나 보다. 채령이 엄마는 주방 식탁 의자에 수건이 있으니 그걸로 닦으라고 하는데 이어서 또랑또랑 채령이 뒷말이 따른다 "그러면 거실로 나가면서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데?" 채령이 엄마는 하는 수 없이 식탁에 있던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현관, 거실뿐 아니라 화장실까지 물 한 방울 없이 깨끗하다. 대부분 이모님이 있으시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가사 업체에 집안 청소를 맡기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정리 정돈과 청결 교육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2. 정리정돈을 일상이자 우선순위로


 아이들이 있는 집은 돌아서면 지저분해지고 엉망이 된다지만 어릴 때부터 스스로 정리정돈과 청결에 대해 배운 아이들이라면 쫓아다니면서 치우지 않아도 된다. 꼭 상주해 있는 이모님이 있거나 가사 업체를 고용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압구정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수업을 했었다. 임대아파트였고 넓은 평수는 아니었지만 6살 쌍둥이 언니에 2살 난 동생까지 아이 셋을 키우는 학부모가 있으셨는데  아이들만 보기에도 버거울 텐데 집이 늘 깨끗했고 심지어 그날 수업해야 할 준비물도 꼼꼼히 챙기시는 분이셨다. 나는 쌍둥이 언니들을 가르쳤는데 두 아이 모두 안정감 있게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잘했다. 

 그에 반해 50평대 넓은집에 이모님까지 있는 집인데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집이 있었다. 좋은 가구와 물건들로 채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이 뒤섞여있어 잡동사니처럼 보여졌다. 아이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각종 장난감으로 뒤덮힌 아이방에서는 수업교재와 교구를 찾는데도 한참이나 걸린다. 그나마도 못 찾은 교재와 책들이 많아 어쩔수없이 건너뛰고 수업할때가 많았다. 


"정리는 무슨, 하루 세 번 밥 챙기는 것도 일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면 정신없이 보내는 게 일상이다."  나도 주변 사람들을 봐와서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글은 쓰고 있지만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울 때 내가 과연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을 정도지만, 정리정돈은 무조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압구정은 아이들의 발달사 항도 남다르다. 잘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고  내가 가르치지 않은 것도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똑같은 개월 수, 나이 때 아이들인데도 남다르게 또 뛰어나게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부모님께 노하우를 알고 싶을 정도였다. 압구정도 3년 차가 되다 보니 조금씩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 

 공부와 정돈된 환경의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여파로 인해 '정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집안 살림도 그렇지만 공부환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변 정리를 하면 공부에도 체계가 잡히고 집중력과 능률도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 매일경제 & mk.co.k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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