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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Nov 01. 2020

가정교육 : 식습관


식습관

 

 1. 건강하게 먹기


 압구정 아이들은 과자나 빵보다 야채주스나 과일이 주된 간식이었다. 나는 과일을 따로 사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제철에 맞는 과일을 수업 덕에 꾸준히 먹고 있다. 평소에도 콜라나 사이다, 달콤한 과일주스보다는 씁쓸하지만 건강한 야채주스를 주음료로 이용한다. 칼로리도 적을뿐더러 하루치 야채도 보충되고 시야도 괜히 밝아지는 느낌이다.

 

 압구정 아이들 간식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정말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그중에 몇 가지만 꼽아 이야기하자면, 여섯 살이 된 태원이는 '사이다'가 뭐냐며 내게 물어온 적이 있었고, 열한 살 지원이는 코카콜*와 펩* 사진을 보면서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데 둘 중 뭐가 더 맛있냐고 물어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답답하거나 짜증 나있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고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어 온 것이었다.

 네 살 지윤이와 읽기 수업 중에 다양한 단어들을 배운다. 총 18개 단어 중 먹을 수 있는 단어가 있고 먹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그날 수업은 낱말카드는 악어 입에 넣어주며 단어를 읽는 수업이었다.


먹을 수 없는 낱말 : 버스, 자동차, 트럭, 연필, 공책, 지우개

먹을 수 있는 낱말 : 우유, 치즈, 주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꽃게 , 새우,

먹을 수 있지만 먹지 않는(?) 낱말 : 새, 개미, 애벌레, 공룡, 악어,


 먹을 수 있든 없든, 단어만 읽으면 되니 악어 입어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상관이 없었다. 지윤이는 당연히 먹을 수 없는 낱말들은 악어 입에 넣지 않았다. 그런데 먹을 수 있는 낱말에서 나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낱말카드를 들고는 종알 종일 악어에게 설교가 이어진다.


"악어야, 우유는 먹어도 돼. 그런데 흰 우유만 먹어야 돼. 초콜릿 우유 딸기우유는 안돼. 그거는 생일에만 마시는 거야 알았지? (입안에 넣기) 치즈는 먹어도 돼 (입안에 넣기). 주스는 마셔도 되긴 하는데 마시고 나서 꼭 양치를 해. 그리고 지금은 밤이라서 안돼. (바닥에 내려놓기) 아이스크림은 안돼. 이거는 먹으면 감기 걸려 (바닥에 내려놓기)  케이크도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바닥에 내려놓기) 꽃게는 먹어도 돼 (입안에 넣기), 새우도 먹어도 돼 (입안에 넣기)


결국 일곱 개 먹을 수 있는 낱말 중 다섯 개 만 통과됐다, 그것도 매우 까다롭게. 아이가 하는 말들은 평소에 부모가 했던 말일 거다. 지윤이가 평소에 뭘 먹는지 안 먹는지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식습관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곱 살 주은이와 수업 중 일화인데 주은이는 저녁 시간대 수업이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수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매주 "오늘은 선생님 집에 가서 뭐 드세요?"라고 꼭 물어본다. 그때그때 메뉴를 짐작해서 이야기하는데 주은이도 저녁에 뭘 먹었는지 종종 이야기해준다. 이모님이 만들어주신 콩나물 비빔밥, 아빠가 만든 스테이크 샌드위치, 엄마가 만든 해산물 크림 스파게티, 오늘은 호텔에서 외식을 하고 왔다 등등. 나는 원치 않게 주은이네 저녁 메뉴를 매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반짝반짝해서 오늘 정말 정말 맛있는 거를 먹었다고 한다. 호텔도 자주 가는 주은이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거였길래 저렇게 흥분되어서 말할까 했는데 "라면"을 먹었다고 했다. 라면은 단연 라면인가 보다.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니 주은이는 다른 어떤 고급 음식보다 제일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주은이 외에 다른 아이들도 라면은 어른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알고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도 많다.  

 


 

 수업 중에 연상 놀이를 한다. 빨강, 주황, 노랑 등의 색을 보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물어보며 다양한 사고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초록에서 몇몇 아이들이 '브로콜리'를 이야기했다. 처음 두 명 아이들이 말할 때는 "우와, 생각했네?!" 했는데 이상의 아이들이 브로콜리를 이야기하자 아마 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자주 나오면 메뉴인가 보다 생각했다. 일반 직장인 한 달 월급치의 비싼 유치원,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물론 뛰어나겠지만 점심, 간식도 식습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주변 조카들과 친구 아이들을 보면 집에서도 신경 써서 먹이려고 하고 되도록이면 한창 성장할 나이라 군것질을 안 시키려고 해도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을 가면 결국 먹을 수밖에 없고 친구들이 먹는 거를 보거나 하면 오히려 더 간식에 대한 욕구가 생겨 집에서도 조금씩 먹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압구정 아이들 식습관이 이렇게 유지될 있었던 데에는 유치원 포함 교육이나 식습관 등 다방면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모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맹모삼천지교라고 왜 강남 강남 하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 책임감을 가지고 먹기


 지원이와 수업을 하려고 앉았는데 빨대가 꽂아진 큰 유리병에 우유가 가득 담긴 컵을 가지고 왔다. 동생 지훈이도 마찬가지로 거실에 똑같은 양의 우유를 마시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지원이 말로는 오늘 하루 동안 마셔야 할 우유 양이라고 했다. 아.... 하루 동안 마셔야 할 우유 양도 있구나...


 지원이 집에는 가사를 도와주시는 분이 따로 계신다. 빨래, 설거지, 청소 등. 그런데 음식만큼은 어머님이 꼭 장을 보고 와서 직접 요리하고 아이들에 영양에 맞게 식단을 짜고 필요한 영양과 칼로리만큼 섭취하게 한다. 대부분 이모님들이 요리를 하는데 어머님 방식도 아주 좋은 방식이라 생각했다.

 공부도,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지원 지훈 형제는 그날 먹어야 하는 우유 양도 있지만 저녁에 준비한 식사도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내 수업이 저녁시간과 겹쳐서 그날 똑같은 식단으로 나도 끼니를 해결할 때가 있는데 재료가 다 싱싱하고 고급 재료였다. 소고기 볶음밥, 큼지막한 조개가 들어간 시원한 칼국수. 아이들이 먹기에는 많거나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지만 저녁을 남기는 법이 없다고 했다. 먹다가 못 먹겠으면 조금 쉬었다가 먹거나 하더라도 다 먹는다고.


 먹는 거 가지고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당장에는 입맛이 없을 수 있고, 양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잘 먹어야 또 하루치의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다. 어쩌면 먹는 것도 훈련이고 습관이라 어릴 때부터 교육이 중요한 거 같다. 나는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먹는 하루치의 우유 양과 저녁식사가 아주 보기 좋아 보였다.

 공부도 체력이다. 잘 먹어야 두뇌도 잘 돌아가고 오랜 시간 잘 앉아서 집중할 수 있다. 나도 주말을 이용해 하루 6시간 이상 카페에서 글을 써야 하는 날, 점심은 소고기나 닭안심 등 고단백질로 든든히 먹고 노트북과 몇 권을 책을 들고 비장하게 카페로 향한다. 공부도, 글쓰기도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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