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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Jan 07. 2022

[8주] 산후조리원이 한국에만 있다고 생각해요?

네덜란드의 산후조리 시스템

지난 8주차 상담에서 조산사 K에게 혹시 산후조리원 예약은 언제쯤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10주 차나 11주 차쯤에 보통 예약을 하는데, 지금 예약해도 상관은 없어요."


그래서 바로 알아보고 며칠 뒤에 산후조리원까지 예약했다.


조금 더 느긋하게 알아봐도 상관은 없었을 테지만 출산 예정일이 여름이라는 점이 조금 걸렸다. 여름은 유럽 사람들 모두가 휴가를 떠난다.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의 방학에 맞춰,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여름휴가를 보낸다. 실제로 같은 프로젝트 팀에 있던 직원이 6월, 8월, 9월, 총 세 번의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예약해도 상관없다"는 조산사 K의 말에 서둘러 찾아보기 시작했다.


산후조리원이라고 하면 한국식 용어이긴 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네덜란드에서는 산후조리원에서 파견한 인력이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산후조리(Kraamzorg)라고 한다. 크람조흐 호텔(Kraamzorghotel)이라고 한국에서와 같이 24시간 있으면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도 있다고는 하는데, 대부분 산후도우미(Kraamverzorgster)가 집으로 와서 아이를 돌봐주는 형식을 취한다.


산후도우미는 출산 후 8~10일 동안 ①조산사에게 산모와 신생아를 인수인계받아 두 사람의 건강 검진을 담당하고 ② 모유/분유 수유 시작을 도우며 ③ 가족이 신생아를 돌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며 ④ 집에 이미 다른 형제자매가 있다면 아이들이 새 환경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출처: Amsterdam-mamas 블로그)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간단한 집안일(설거지, 빨래, 식사 준비), 형제자매 케어, 신생아와의 첫 산책 준비 등도 담당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네덜란드 거주자로서 기본 건강보험에 들어 있다면 2022년 기준 시간당 4.70유로(약 6,500원)를 지불해야 한다. 그럴 일은 드물다고는 하지만 최대 보장일인 10일 동안 8시간씩 산후도우미를 고용한 경우 376유로(약 51만 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병원에서 산후조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자기부담액이 조금 더 많아지는데, 병원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겠다. 다만 하루에 최소 37유로의 자기부담액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으니 이를 최소선으로 생각하자.


참고로 보험 특약(additional supplement)을 추가로 설정하면 이들 자기부담액도 보험사에서 처리하도록 할 수 있다.



산후조리원을 예약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보험사에서 계약된 산후조리원 목록을 보고 그중 평점이 좋은 곳, 그리고 구글 리뷰에서 후기를 보면서 감을 익혔다. 몇 군데 메일을 보냈더니 산후조리원 P에서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왔다.


산후조리원 P는 우리 집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은 데다 외국인들이 남긴 평이 좋아서 먼저 연락한 곳이었는데 일찍 연락한 덕분일지 어렵지 않게 등록할 수 있었다.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여름 출생이니 지금 연락하시길 잘했어요."라고 첨언하기는 했다.


그리고 30주차에 전화로 어떤 산후도우미를 원하는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등을 상담한다고 한다. 그래서 30주 전까지는 특별히 산후조리원에 연락할 일은 없을 듯하다.


다만 이 글만을 보고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보통 네덜란드 산후조리원은 예약하고 2주가 지나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게 되어 있다. 물론 의학적 사유로 출산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나, 물리적으로 산후조리원에서 너무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이 위약금 없이 취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위에 아는 사람이 많다면 충분히 주위에 물어보고 조언과 추천도 받아가면서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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