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기사를 투고하며 느낀 점
지난 2022년 1월, 마지막 기사 원고를 보냈다.
나는 작년부터 길지는 않은 기간 동안 '글로벌 리포터'라는 이름을 빌어 네덜란드의 교육, 문화 관련한 기사를 쓰곤 했다. 아쉽게도 회사나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해 계약을 연장하지는 못 했지만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말보다는 글이 좋았다. 글은 말과 다르게 다시 고쳐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렇듯 글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참 많기 때문일까, '말뿐인 사람'은 있지만 '글뿐인 사람'이라는 표현은 없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래서 누구나 방학숙제로 쓰는 일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글을 즐겨 썼다. 웹소설, 익명의 블로그, 대학생 인턴 시절 기업 홍보, 그리고 각종 보고서까지.
그래서 '기사 쓰기'도 즐겁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놈은 도통 쉬워지지가 않았다.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을 놀렸다간 내가 평소에 읽던 '기사다운' 글은 나오지 않았다. 어설프고 애매한 워드 창이 내 눈앞에서 나를 비웃고 있었다.
물론 살짝 발만 담근 입장에서 더 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은 한다. 하지만 고작 500자, 1000자짜리 글을 쓰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이라도 편해질까 싶던 차에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리포터의 글 스타일을 존중해 줘서인지 몰라도 문장이나 글의 구성에는 사실 거의 첨삭이 없었다. '수순'을 '일'로, '시수'를 '일수' 등으로 바꾼다던가, '지난'을 너무 자주 쓰면 삭제한다던가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몇 안 되는 편집점 중에서도 가장 자주 봤던 첨삭은 다음과 같은 경우였다.
"... 등을 고려하여" → "... 등을 고려해"
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나의 글쓰기에는 '하여'처럼 축약할 수 있는 음절이 많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였다, 되었다, 나누어' 대신 '했다, 됐다, 나눠'를 쓰려고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원고에서도 첨삭을 당해 버렸다는 건, 유머.
언젠가 한 연구를 번역, 요약해서 기사를 낸 적이 있었다. 쓰면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좀 많긴 했는데, 역시나 독자들에겐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휴대용 기기로 읽는다면 스크롤 한 번 잘못하면 내용을 놓치게 되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한 친구는 그런 독자들에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며 "요즘 사람들 문해력이 떨어진다"라고 나를 위로했다. 뭐, 비단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굳이 독자들의 문제로 갖고 가고 싶지는 않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거 알고 잘 쓰고 있지 않은가.
아무튼 언젠가 또 기사를 쓰게 된다면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담도록 할 것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경우 소제목만으로도 내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요즘 몇몇 기사들 상단에 보면 '세 줄 요약'을 박스로 넣어뒀던데 좋은 아이디어 같다.
다시 한번 좋은 경험을 주신 EBS 뉴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