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은 한국어 수업
우리 학교에서는 하루에 4교시로 나누어 수업을 한다. 학생의 한국어 숙달도에 따라 4개 반이 운영 중인데, 이 중 3교시에는 '교환 수업'이라고 해서 각 선생님마다 담임이 아닌 다른 반으로 가서 수업을 한다.
나는 1급 후반 학생들이 있는 반을 맡았다. 첫날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왁자지껄하고 생기발랄한 학급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반이었다.
한 교시라고 해도 약 40분 남짓한 짧은 수업이라 포인트 위주의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교재의 내용을 심화한 말하기 활동을 중심으로 준비하다, 후반부에서는 언어 이외의 ①문화 부분까지도 광범위하게 학습할 수 있으면서, ②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준비했다.
여러 자료를 찾던 중, 나은주, 나은영(2018)의 "더빙 프로젝트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 사례 연구"를 주로 참고했다.
나은주 / Eunju Na, 나은영 / Eunyoung Na. 더빙 프로젝트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 사례 연구-미국 대학생 학습자의 반응을 중심으로-. 인문사회 21 / The Journal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 2018;9(4):965. doi:10.22143/HSS21.9.4.68
수업은 크게 다섯 가지 부분으로 나눴다. ①영상 선정, ②대본 받아쓰기, ③더빙 연습하기, ④영상 시청 및 토론, ⑤피드백 세션으로 수업 시간을 나눠 썼다.
영상 선정을 할 때는 어떤 영상을 선택해야 우리에게 학습 효과가 있을지 등을 토론했다. 사투리가 없는 것, 욕설이 지나치지 않은 것, 현대극으로 선정할 것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대본 받아쓰기와 더빙 연습은 대체로 조별 활동으로 구성하여 교사는 피드백 위주로 제공했다. 총 5편의 짧은 영상 시청과 토론, 피드백은 모두 수업 두 번(총 80분)에 걸쳐 진행했다.
학생들이 선정한 영상에서 흥미로운 점을 뽑아내어 수업을 짧게 구성했다. 예를 들어 한 조에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선정하였는데, 아래와 같은 대사가 있었다.
"근데 그 후배 돈이 많나 보다. 평일 오후에 결혼도 하고."
평일 오후에 결혼식을 하는 것과 신랑 신부가 '돈이 많다'라는 것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걸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의금' 등 한국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외에도 각 조별 더빙 영상에서 '부먹 찍먹 논란' 등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내서 토론을 진행하였다.
1) 수업 한 시수에 모든 조의 영상을 다 보여주는 것보다 1~2주에 하나씩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조금 짧아서 문화 비교 등 심화 수업을 하기가 어려웠다.
2) 발음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더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1차, 2차 제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학습자 한국어 수준이 낮을 경우 영상 이해를 위해 대본을 미리 공부하거나 따로 자막을 영상에 입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 영상 선정할 때 '발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을 것'을 반드시 포함할 것. 원어 영상을 그냥 들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는데 막상 학생들이 그 속도를 따라서 연습하려고 하니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실제로 한 번 해 보라고 해야 한다.
5) 이번에 진행한 1급 후반의 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문화 학습이나 학생의 흥미 유발 관점에서 프로젝트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언어 관점에서 학습 효과가 있으려면 최소 3급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참고한 연구 논문에서도 대학교 한국어 전공 3학년 반을 대상으로 했으니... )
다음 학기에는 조금 더 한국어를 오래 배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미리 학생들에게 요구 조사를 해 본 결과 구어적, 문어적 표현을 더 잘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다음 학기에는 또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뭘 하지? 방학 동안 또 한 번 연구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