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안 트이는 학생들, 어떻게 할까?
(교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책 한두 권 정도를 마치고 나면 한국어 학습자들이 당황하곤 한다.
"선생님, 너무 빨라요. 천천히, 천천히."
교사의 발화 속도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교재의 듣기 텍스트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외국어 듣기 자료는 ① 학습자의 관심 분야와 관계가 있을수록, ② 교실 밖에서도 쓸 수 있도록 실제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③ 자료를 통한 다른 활동(과제)과의 연계성이 높을수록 좋다고 한다. 이 중 '실제성' 때문에 대부분 교재의 한국어 듣기 자료는 어느 순간부터 발화 속도가 조금 빨라지게 된다.
대부분 곧잘 적응하는데 유독 한 학생이 많이 힘들어해서 듣기 능력 향상에 대해 이해교육론 자료도 다시 들춰보고 몇몇 논문도 찾아봤다. 간단히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음독: 듣고, 따라하고, 그 소리를 들어보기
이 방법은 듣기 능력이 낮을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혼자서 듣기 자료와 자신의 녹음을 비교하는 방식이니 숙제로 내어주거나 자습할 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2. 음소 분해 연습: 받아쓰기
음소(phoneme)는 한국어의 /ㄱ/, /ㄴ/, /ㅏ/, /ㅑ/와 같은 개별 자모라고 생각하면 쉽다. 즉, 듣기 자료를 듣고 이를 개별 음소 단위로 다시 치환하는 연습을 통해 듣기 능력이 향상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 개별 자모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단어, 더 나아가 '구(phrase)' 단위로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3. 듣기 효능감: 자신감
듣기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듣기 노출 시간, 듣기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듣기 효능감, 즉 '나는 듣기를 잘한다'라는 자신감이라고 한다.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론, 예측 등 인지 전략(cognitive strategy)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듣기 전/후 활동을 통해 (보조된)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위 내용을 틈틈이 수업 시간에 녹여내서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받아쓰기가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쓰기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경우 듣고 바로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았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약 두 달 정도 동일한 발화 속도의 텍스트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학생 본인도 익숙해지곤 한다. 그쯤 슬그머니 '지금 말하는 게 좀 빠른가요?'라고 물어보면 꼭 이렇게 대답을 한다.
"어... 괜찮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
이런 말을 듣고 나면 괜스레 내 귀가 뚫린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이라도 듣기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