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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Feb 15. 2022

한국어 듣기가 너무 어려워요.

귀가 안 트이는 학생들, 어떻게 할까?

(교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책 한두 권 정도를 마치고 나면 한국어 학습자들이 당황하곤 한다. 


"선생님, 너무 빨라요. 천천히, 천천히." 


교사의 발화 속도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교재의 듣기 텍스트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듣기 평가라고 하면 역시... "잠시 후 8시 40분부터 20XX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언어영역 듣기 평가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요즘은 없다던데)


흔히 외국어 듣기 자료는 ① 학습자의 관심 분야와 관계가 있을수록, ② 교실 밖에서도 쓸 수 있도록 실제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③ 자료를 통한 다른 활동(과제)과의 연계성이 높을수록 좋다고 한다. 이 중 '실제성' 때문에 대부분 교재의 한국어 듣기 자료는 어느 순간부터 발화 속도가 조금 빨라지게 된다. 


대부분 곧잘 적응하는데 유독 한 학생이 많이 힘들어해서 듣기 능력 향상에 대해 이해교육론 자료도 다시 들춰보고 몇몇 논문도 찾아봤다. 간단히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음독: 듣고, 따라하고, 그 소리를 들어보기 

이 방법은 듣기 능력이 낮을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혼자서 듣기 자료와 자신의 녹음을 비교하는 방식이니 숙제로 내어주거나 자습할 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2. 음소 분해 연습: 받아쓰기

음소(phoneme)는 한국어의 /ㄱ/, /ㄴ/, /ㅏ/, /ㅑ/와 같은 개별 자모라고 생각하면 쉽다. 즉, 듣기 자료를 듣고 이를 개별 음소 단위로 다시 치환하는 연습을 통해 듣기 능력이 향상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 개별 자모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단어, 더 나아가 '구(phrase)' 단위로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3. 듣기 효능감: 자신감

듣기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듣기 노출 시간, 듣기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듣기 효능감, 즉 '나는 듣기를 잘한다'라는 자신감이라고 한다.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론, 예측 등 인지 전략(cognitive strategy)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듣기 전/후 활동을 통해 (보조된)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다. 


게다가 교재의 듣기 텍스트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려내면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 같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비언어적인 행동으로도 다양하게 나타나지 않는가?


위 내용을 틈틈이 수업 시간에 녹여내서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받아쓰기가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쓰기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경우 듣고 바로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았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약 두 달 정도 동일한 발화 속도의 텍스트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학생 본인도 익숙해지곤 한다. 그쯤 슬그머니 '지금 말하는 게 좀 빠른가요?'라고 물어보면 꼭 이렇게 대답을 한다. 


"어... 괜찮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


이런 말을 듣고 나면 괜스레 내 귀가 뚫린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이라도 듣기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한 단계 넘어선 그대에게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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