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휴대폰을 바꿨더니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그날도 새벽부터 일어나 부스럭거리며 남편의 아침잠을 방해하던 중이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남편이 머뭇거리며 이야기했다.
“사실 서프라이즈로 해 주고 싶었는데…”
요는 내 크리스마스 선물 연락이 내 이메일로 갈 거라는 것.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선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보니 그 쇼핑몰 계정 연락처가 내 이메일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 들통난 김에 얼른 선물이 뭔지 알려달라고 하니 남편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폰. 아이폰 13 미니.
나는 같은 휴대폰을 6년째 쓰고 있다. 주로 SNS나 가벼운 게임용으로 쓰고 있어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새 점점 내 낡은 휴대폰은 보조 배터리 없이는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 내 반려기기를 보며 ‘이건 노인 학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배터리를 교체해 볼까, 아니면 휴대폰을 사 볼까, 산다면 뭘로 살까...' 한국을 세 번이나 다녀오면서도 고민만 하다 여태껏 아이폰 6S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폰 13 미니를 받을 거라는 스포일러(?)를 받은 것이다.
출근길에 인터넷으로 새 휴대폰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다고 했다. 물론 쥐어짜서 단점을 끌어내는 치사한(?) 글도 많았지만 그중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내용도 있었다.
그래, 어디 뭐 완벽한 전자기기가 어디 있겠어.
하지만 그날 퇴근하고 남편이 건네 준 휴대폰은 그야말로 단점조차 장점이 되는, 완벽한 전자기기였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 1: "아이폰 13 시리즈 중 배터리 사용 시간이 가장 짧다." 하지만 나의 비교군은 고작 2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전부인 6S. 침대에서 아무리 뒹굴면서 휴대폰을 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멀쩡히 80%가 남아있는 녀석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 2: "충전 속도가 느리다." 마찬가지로, 이제 하루에 수시로 충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속도가 느리건 말건 내게는 의미 없는 말 뿐이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 3: "게임을 하기엔 부족한 사양이다." 아유, 무슨 말씀을요. 내가 5년 넘게 하고 있는 게임은 로딩이 오래 걸려서 같이 하는 사람(a.k.a. 남편)이 늘 내 접속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제는 동시에 접속해서 빠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올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 4: "아이폰 13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작다." 이게 왜 단점이죠, 제게는 찐 장점인데. 가볍고, 무엇보다 6S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화면이 커진 덕분에 눈이 시원해졌다. 앞서 말한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커진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UI 덕분에 버튼을 더 잘 누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 5: "미니 시리즈는 단종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 13 시리즈 판매 대수 중 4%가량만이 미니 시리즈라고 한다. 그래서 애플 측에서 단종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는 이야기였다. 음... 전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 마지막 시리즈라면 지금 손에 넣게 되어서 너무 만족스럽다는 것!
이 좋은 걸 왜 진작 바꾸지 않았던가. 아니, 진작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더 좋은 걸 수도.
생각해보니 남편은 작년에도 이렇게 기습적으로 선물을 안겨다 줬는데, 남편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또 1년 만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는 이런 날을 유난스레 기념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만 내년에는 부디 잊지 말자, 2022년 크리스마스 선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