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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Feb 19. 2022

[17주] 네덜란드에서 임당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한국과 다른 점.

마지막으로 검진을 다녀온 지 3주가 지났다.


다시 몸무게도 조금씩 임신 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는 데다 몸을 움직이기 쉬워져서 말 그대로 천국 같은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


 시기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알기 때문에 출산 전까지 예정된 수업 준비에 분주하게 지내던 , 갑자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지만 아직은 조금 낯선, 우리 ‘치즈’.


그때 마침 처음 조산원 안내 메일에 적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바로 화요일 오후마다 무료로 태아 심박수 체크를 해 준다는 것. 코로나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그래도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게다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니 산책 삼아 다녀오기도 좋고.


네덜란드의 1월 날씨 중에서도 좋은 편에 속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전날 심박 체크 진료를 예약했다. 오랜만에 마트도 다녀올 요량으로 재활용 페트병도 열심히 챙겨서 길을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 치즈는 집을 잘 넓혀가며 잘 지내고 있었다.


조산사는 손을 소독하고 촉진을 하며 자궁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 예의 그 기계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잠시 수다를 멈추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155 BPM으로 아주 건강하다며 조산사는 내 팔을 쓰다듬었다.


다행이다, 태동은 느껴지지 않아도 잘 살고 있구나


태동은 언제쯤부터 느끼는 건지 물어보자 조산사는 "22주 정도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했다. 늘 한국보다 조금씩 느긋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해 주는 네덜란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에서 누가 임신성 당뇨병(임당) 검사를 받는가?


보통 한국에서는 임신 중기에 임당 검사를 한다. 검색을 해 보면 '공포의 임당 검사', '임당 재검', '임당 통과' 등 수많은 후기가 나올 정도로 대부분이 받는 흔한 검사인 것 같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모에게 강력하게 권하는 검사'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그날 진료실을 나가기 전에 혹시 임당 검사는 언제쯤 받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조산사는 "혈당 검사는 ①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② 아기가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거나 ③ 산모가 동남아시아 출신인 경우에는 시행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산모가 원한다면 할 수도 있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장을 보고 집에 오면서 '그래, 앞의 두 가지는 알겠어. 그런데 왜 동남아시아 출신 산모는 혈당 검사를 권하는 걸까'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찾아보니 美 질병관리센터(CDC)에 공개된 논문이 있었다. 논문에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는 없으나 동남아시아 산모에게 임신성 당뇨병(Gestational diabetes mellitus)이 빈번하게 관찰됐다."라고 아래와 같은 실증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인종/민족별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 데이터. 아시안 유병률이 높기는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낮은 편이다. (Los Angeles Mommy and Baby Study, 2007)


그래서 별일 없다면 아마 네덜란드의 임당 검사에 대한 글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나도 그러기를 바라고.



진료실에서 나오면서 조산사는 "다음 주면 아이 성별도 알 수 있겠네? 행운을 빌어!"라며 웃으며 배웅해줬다. 그러게, 처음 정밀 초음파를 보고 나서 6주를 또 어떻게 기다리나 싶었는데,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과연 치즈는 아들일까, 딸일까? 다음 편 글을 얼른 쓰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집 근처의 유아/아동복 매장. 당시 코로나로 전면 봉쇄 중이라 들어가서 구경은 할 수 없었지만 멀리서 봐도 너무 귀염뽀짝하던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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