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에서 우정

애틋한 그리움으로 믿음으로 따뜻함으로 겹겹히 쌓는 우정

by JHS

한국에 친구가 없는 나는 한국에 가서도 참 외롭다. 이 곳 뉴질랜드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성장하고 그 성장 속에서 친구의 우정을 쌓아온 것이 다인 나는 한국에 가서 옛이야기를 하며 만날 친구들이 없다. 그래서 한국으로 잠시 방문을 해도 만날 옛 친구가 없는 나는 고국방문이 쉽지는 않다.


어느새 이민의 삶 속에서 나의 우정은 이곳이 전부가 되어버려 오히려 뉴질랜드에 다시 돌아왔을 때 보고 싶었던 사람들 친구들이 더 많다. 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학생 때의 모습을 그 어린 나의 모습들을 기억하는 나의 친구들 그리고 이젠 다들 각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그 친구들과의 우정은 애틋하다.


이민 사회 특히 한인사회에서 한인들끼리 관계 형성은 어려운 점이 많다. 언제 이민을 왔는지에 따라 어떻게 이민을 왔는지에 따라 이 곳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는지 같이 다니지 않았는지에 따라 친구들 우정은 그 깊이가 달라진다. 나의 모든 친구들은 이민 초기 세대로서 한국 슈퍼도 한국 식당도 거의 없던 한국 미용실도 단 한 군데밖에 없었던 정말 작은 한인 사회에서 만났던 친구들이다. 한국인이 거의 없던 소수 민족이 이 곳 백인사회에서 정착을 하기 위해 어렵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고민하며 같이 보낸 애달픈 애틋한 그리움이 겹겹이 쌓여 우정을 쌓아갔다. 지금 이민 3세대와는 달리 한국말이 모국어가 먼저였던 우리 세대는 영어라는 언어 때문에 이 곳 키위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어려웠고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도 너무 다르게 노는 키위애들을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그 시절 그 또래 우리끼리 가장 친한 친구들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영어로 모든 수업을 듣고 영어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학교 공부의 답답함 속에 친구들과 한국말로 휴식시간 잠시 수다를 떠는 시간은 나의 모든 답답하고 숨 막혔던 마음을 와르르 소리치고 말할 수 있는 시간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가 그것을 위로 삼아 공부를 했던 그 시절. 그래서 외롭지 않았던 시간들.


그러나 이 시절이 지나 시간이 조금씩 더 지나 이민 사회가 커지고 더 많은 한인들이 유입되고 들어오면서 조금씩 우정에 방어벽을 쳐야 하는 경계선이 생기는 것을 감지하고 보게 되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상처가 되어 아픈 경험을 하는 것도 보게 되었다. 많은 한인들이 정착을 하면 할수록 한인 사회가 커지면 커질수록 좁은 교민 사회에서 어느 순간 각 가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서로서로 여과 없이 말을 전달하고 전달하는 과정 중에 말이 돌면서 신뢰의 관계선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의 모두가 같은 슈퍼를 가고 같은 비즈니스 가게에 가고 같은 한인들이 있는 곳엔 모두가 다 고객이며 아는 사람들로 엮인 한인 사회 안에서 어느 순간 우정이라는 관계를 새로 쌓아 올리는 것이 조심스러워지고 경계를 하며 서로서로 속을 내보이기를 힘들어하고 이미 친했던 사이에서 다시는 보지 않는 관계로 가는 한인들도 많아지는 것을 보는 것에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 말이 너무 많이 돌아. 그리고 전혀 모르는 소문들도 다 어떻게 아는지 다 돌아. 그러니 그냥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만 알고 지내는 게 마음 편한 거야."

" 글쎄 서로서로 필요하니까 만나는 거지 진심으로 마음으로 생각해서 만나는 것은 아닌 게 많지."

" 서로가 힘들지. 서로 다 속내 보이면서 말 못 하고 만나는 것 힘들지만 어쩌겠어.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당하는데........"

" 나에 관해 말들을 왜 이렇게 함부로 하고 다니는 거야. 왜 그렇게 남의 말들을 하는 거야?"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거야? 그리고 뭐 그렇게 욕심을 내서 다른 사람 피해 주면서까지 그렇게 행동하는 건데..."

" 조국을 떠나 이 곳까지 와서 살면서 내가 왜 저 사람들 때문에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내가 뭐 때문에 이 꼴을 보고 살아야 하는건데...."

" 나도 모르는 것들 다들 왜 함부로 말하고 소문내는 건데......"


그래서 어느덧 한인들끼리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우정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너무 어렵게 되어버린 지금의 시간들.....


나의 친구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어렵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 한국인이 거의 없던 그 시대적 상황에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시간만 나면 어떻게든 나에게 한국음식들을 만들어주고 먹이고 싶어 했던 서로의 말 못 하는 상황과 사정들을 그 모든 비밀들을 묵묵히 고스란히 지켜줄 주 아는 신뢰도가 형성된 나의 친구들과의 우정과는 다른 상황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이민 사회의 우정......


이민을 온 이상 삶의 터전이 이 ㅇ 결국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어디를 가도 만날 수밖에 없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앞으로 다 같이 살아가야 할 이웃이며 친구들이며 어른들이며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민 사회에서 우정은 이 곳보다는 훨씬 넓은 조국에서의 우정보다 어쩌면 더 깊고 진한 애틋한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기반으로 쌓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이민 사회 안에서 우정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한인들이 더 많이 늘어날수록 얕은 물과 같이 고여지며 겉으로 더 많이 돌면서 서로서로 그 마음을 향해가는 모습들은 타국에서 삶을 더 고달프고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어 간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살아가는 이민의 삶에서 한인들 모두의 마음들이 따뜻한 난로의 온기처럼 말 못 하는 모든 상황들에 조용히 입을 같이 다물어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처럼 그 어느 민족보다도 지지와 격려와 용기로 우리 한국인들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들처럼 모든 한인들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은 가장 듬직한 동행자처럼 이런 우정들로 쌓여가는 이민 사회로 만들어지는 것을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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