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

힘을 빼야만 하는 순간들이 올지도 몰라요

by Soomkyul

나는 물이 너무 싫어요.


물속에 있는 걸 좋아하는 강아지들이 있는데요, 나는 아니에요. 우선 털이 가득 젖어서 몸이 무거워지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아서 무서워요. 그리고 나는 아직 물에 뜨는 법을 몰라서 물에 들어가면 겁부터 나요.


우리 누나는 물을 좋아해요. 작년에 엄마랑 누나가 울릉도에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누나는 거기서 수영복 하나만 입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대요. 수영복 위에 바지를 걸쳐 입고 차를 타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바다가 보이면 그냥 그대로 풍덩! 하고 들어갔대요. 그렇게 있다가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몸에 수건을 대충 두르고 차에 타고는 다른 곳으로 가요. 그 해 7월의 마지막 주는 햇빛이 쨍해서 조금만 걸으면 몸이 바싹 말랐대요.


그날부터 누나는, 바닷속을 깊게 들어가 볼 결심을 했나 봐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수면 위에서 수영만 할 줄 알던 누나가 수면 아래로 들어간다는 게 신기했어요. 나는 물에 가라앉을까 봐 무서운데! 물속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는 게 말이에요.


근데, 물아래에서는 숨을 참는 게 물 밖에서 숨을 참는 것보다 쉽대요. 물속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더 오래 숨을 참기 위해서는 몸의 모든 기능을 닫아버려야 한대요. 쓸데없는 곳에 쓰는 힘들을 빼버리고 온전히 그 아래에서 존재하기 위해서만 힘을 쓰는 거예요. 물 위에서 깊게 가득 채운 하나의 숨으로 저 물속 어딘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니까. 그 숨은 온전하게 왕복만을 위해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누나는 물속에서 가만히 그 숨을 가둬두고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좋아해요. 가둬둔 숨이 곧 차오르겠지만, 그래서 더 몸에 집중해야 하고 물속의 고요함에 잠겨있는 시간이요.


숨을 가만히 가둬두다가, 턱 밑에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한 번 숨을 꿀꺽 삼킨 대요. 그러면 조금 더 숨을 참을 수 있어요. 물속의 고요함은 무서울 거 같거든요. 근데, 누나는 그 적막함 속에 혼자 있는 게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거 같다고 했어요. 말했잖아요. 그 아래 존재하기 위해서만 힘을 쓴다고. 그러니까, 물 밖에서는 힘을 빼두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나 봐요.


나는 아마 그런 기분을 평생 못 느낄 거 같아요. 근데 괜찮아요. 나는 사람들처럼 물 밖에서 그렇게 힘을 주고 살아가지는 않아서, 물속에서도 똑같을 거예요.




KakaoTalk_Photo_2025-08-07-23-27-34 003.jpeg
KakaoTalk_Photo_2025-08-07-23-27-32 001.jpeg
KakaoTalk_Photo_2025-08-07-23-27-33 002.jpeg
KakaoTalk_Photo_2025-08-07-23-27-16 001.jpeg
KakaoTalk_Photo_2025-08-07-23-27-17 002.jpeg


keyword
이전 05화고개를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