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본 곳에 하늘이 있으면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어요.
잘 생각해 보면,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사람만 가능한 거 같아요. 나와 같은 동물들 중에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볼 수 있는 동물이 있나요?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아요. 어쨌든 나는 사람들처럼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건물이 가로막힌 곳 도심에 있을 때는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요. 탁 트인 곳에서 멀리 보이는 하늘은 종종 보지만, 내 머리 위에 있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누나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에 대해 종종 말해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 날의 여유로움이요. 누나가 말하는 그런 날은 건물들 사이에 배경처럼 있는 하늘을 본 날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날들은 하늘을 보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가기 마련이거든요. 누나가 말하는 여유로운 날은 하늘 그 자체를 보고 "오늘 하늘은 이렇네."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에요.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 가슴이 부풀어 오르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레 목이 뒤로 젖혀진대요. 나도 사실 가슴이 부풀면 목이 들리기는 하지만, 젖혀질 정도는 아니에요. 하여튼 그때, 마음이 평온해 여유가 있는 날에는 누나도 모르게 눈이 위로 향하고 하늘을 턱 하니 올려다볼 수 있대요. 마음이 답답한 날은, 숨을 크게 들이 마시더라도 내뱉는 순간이 더 중요해서 눈이 아래를 향하게 돼요. 그건 나도 그래요.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을 할 때는 땅을 보고 하거든요.
그래서 누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그날의 구름이나 달을 본 날, "나 오늘 좀 여유로운가 보네?" 하고 한번 더 행복해진대요.
슬픈 날, 하늘을 보게 되면 "그래도 여유는 좀 있나 보다."하고 곧 괜찮아질 날을 기다린대요.
어느 날 누나의 작은 친구가 집에 놀러 왔어요. 누나가 고시 공부를 할 때부터 알던 누나예요. 그 누나는 우리 누나보다 키는 작고 동그랗게 생겼답니다. 누나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온종일 수다가 끊이질 않아요. 그날 누나들은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는데, 먹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우리 누나가 날 주려고 휴지에 먹태를 싸왔나봐요. 그래서 누나들이 자는 동안 몰래 가방에서 꺼내 먹었어요.
그 누나는 사실 기분 전환 겸 놀러 온 거예요. 최근에 좋아하던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들었어요. 각자의 이별 모습은 다 다른가 봐요. 우리 누나가 그 남자랑 헤어졌을 때랑, 이 누나가 이 남자랑 헤어졌을 때의 분위기가 참 달라요. 어쨌든 누나는 이 작은 누나에게 그날의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었던 게 분명해요. 혼자 있을 때만큼은 어쩐지 그 남자 생각에 마음이 가득 차 다른 것들이 떠오를 틈이 안 나겠지만, 누나랑 있을 때만큼은 그래도 즐겁게 웃기를 바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바보같이 웃고 떠든거 아닐까 해요.
아, 그 누나가 그날 다녀가서는 그랬대요. 안녕을 물어줄 나와 우리 누나가 있는 좋은 삶인 거 같다고.
그날 이후로도, 그 누나는 종종 우리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남자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그 남자가 무얼 하고 있을지 얘기하고는 합니다. 그래도 초반에는 매일같이 전화를 했는데,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아마 그 남자 생각으로 물드는 날보다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는 날들이 더 많아지고 있나 봐요. 다행이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