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는 바람은 그대로 둬요
베란다 문을 양쪽으로 열어두는 걸 좋아해요.
어느 때는 엄마가 청소를 하려고 열어두기도 하는데, 누나는 그냥 열어둬요. 주방 쪽 베란다와 거실 쪽 베란다를. 엄마집에서 겨울에는 추우니까 꽁꽁 닫아두는 데도 누나집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누나는 겨울에도 그냥 양쪽으로 문을 열어둡니다. 그럴 때는 누나랑 이불속에 쏘옥 들어가 있어요. 귤을 까먹는 누나 옆에 붙어 있으면 조금씩 떼어주니까 누나 곁을 떠날 수가 없어요.
나는 바람이 내내 부는 여름의 양쪽으로 열어둔 베란다 문을 좋아해요. 누나는 내가 심심할까 봐 문을 활짝 열어두고 돈을 벌러 나가요. 바깥바람이 한가득 거실로 들어와 저쪽 동네의 냄새를 한가득 가져오네요. 누워서 자고 있을 때 털들 위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들이 항상 간지러워요.
누나는 바깥바람을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밖인 것처럼 흉내를 내는 모양이에요. 약속을 잡을 때면 꼭 테라스! 아니면 통창 있는데! 하고 고집을 부려요. 바깥에 테이블이 있거나, 큰 창문을 열어두고 보내는 시간들을 좋아하거든요. 흘러가는 걸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누나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간지러워 좋은가. 비가 오는 날에 약속이 있으면, 차양이 있는 장소에서 만나고 싶어 해요. 아니면 창문이 꼭 활짝 열려있는 곳이어야 해요.
누나가 가끔 혼자 맥주를 먹으러 가는 곳이 있거든요. 누나가 거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나는 알지요. 하늘이 뻥 뚫려있는 마당에 가득한 자작나무들과 큰 창문이 있어 누나가 좋아하는 바람들이 부는 곳이라서 그래요.
어느 날 비가 잔뜩 오던 날, 누나가 신이 나서 들어온 적이 있어요. 나를 붙잡고 말했어요. "누나가 미꾸라지 잡아서 연못에 넣어줬어!" 그 마당이 딸린 누나의 작은 단골집에는 작은 연못이 있어요. 인도에서 살다 온 부부가 하는 곳인데, 나도 가본 적 있어요. 그 연못에 모기 유충을 잡아먹으라고 미꾸라지를 잔뜩 넣어놨는데, 비가 오던 날 연못이 범람을 한 거예요. 그래서 맥줏집 입구까지 물이 차올랐고 미꾸라지들이 거기까지 나왔대요. 그래서 비를 맞으면서 미꾸라지를 잡아서 다시 연못에 넣어줬다는 거예요. 아마 누나는 비를 맞으면서도 신나서 웃어젖혔을게 뻔해요. 나는 비를 맞으면 털이 눈을 가려서 너무 싫은데!
누나는 흘러가는 것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두라고 해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좋다고. 그래서 누나는 비가 오는 날에 비를 맞아 옷이 다 젖어도 괜찮다고 해요. 어느 날 오래 알던 친구와 멀어지더라도, 오래 하던 공부를 끝내고 집에 왔을 때에도 괜찮다고 했어요. 흘러가는 것은 그대로 두면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누나랑 거실에 누워서 나부끼는 커튼을 바라보는 여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