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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May 21. 2023

명상에 편안함을 기대해선 안 되는 이유

명상은 고작 편안함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말

적잖은 돈을 지불하고 명상을 배우기 전, 명상 앱 calm에서 1년 치 구독권을 끊은 적이 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앱이라 고민 없이 결제했다. 그렇게 오디오 클립의 도움을 받아 명상이란 걸 처음 시도했다. 아침이나 밤, 침대에 누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의 소리와 힘든 마음을 다독여주는 보이스 클립을 들으며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마음속 어지러운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을 힘들게 꺼내 열어보기보다 거기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누워있는 행위를 나는 '명상'이라 불렀다.




그 시기를 지나 몇 십만 원의 수업료를 내며 명상을 배우고 혼자서 수행을 이어가는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명상이 아니라 그저 편안함을 느끼기 위한 행위였구나 싶다. 맛있는 걸 먹고, 마사지를 받고, 자연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행위와 모양새는 달라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명상을 하면서 ‘매 순간 잡생각에 휩싸여 사는구나’싶어 절망하고 놀란다. 인간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는데 그 말을 몸소 체험했다. 제대로 알게 된 명상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명상 중에는 호흡과 몸의 감각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마음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망상으로 마음이 옮겨가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늘어진다. '아까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말했지?' '아 얼굴이 갑자기 엄청 간지럽네. 긁고 싶다.' '내일 아침 집에서 몇 시에 나가야 하지?'. 망상 속을 신나게 헤엄치는 나를 겨우 알아차리고는 다시 호흡과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그러다 또 망상에 빠진다. 다시 감각으로 마음을 데려온다. 앉아있는 내내 이 사이클이 반복된다. 그래서 명상은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아니라 완전히 그 반대다. 어떤 감각을 경험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내가 망상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알아차리려 애쓰는 순간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명상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이유도 명상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서다. 명상 선생님은 ‘원래 우리는 항상 망상을 하며 사는데 넷플릭스, SNS 등 온갖 자극에 가려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라며 ‘마음이 고요해지니 원래 벌어지던 일이 더 선명히 보일 뿐’이라 했다. 명상이 잡생각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원래 내 마음은 시끄러웠는데 밖에 더 시끄러운 걸 틀어두니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다. 수면이 잠잠할 땐 물속의 물고기나 바위가 뚜렷이 보이지만 거친 파도가 끝없이 치면 물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는 왜 굳이, 하면 할수록 불편하고 마음만 복잡해지는 것 같은 명상을 계속하려는 걸까? 명상 클립을 들으면 당장 10분 동안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클립이 끝나고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진짜 현실이 시작된다. 회사에 출근해 바쁘게 일을 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마주하며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앞으로 뭐 먹고살지, 미래도 걱정된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24시간을 살아가며 수많은 문제와 부딪히고 자주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힘들 때마다 명상 클립을 들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명상은 내가 명상을 하지 않을 때도 평온함에 접촉할 수 있고 내 안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조금씩 길러주고 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무언가를 저질러버리는 게 아니라 ‘어, 기분이 안 좋은데. 왜 그렇지?’라며 내게 물어볼 수 있게 됐다. 안 좋은 감정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선 내가 불편해하는구나' 배우고 차분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매 순간 그러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순간이 많아졌다. 변화는 느리지만 이렇게 번뜩번뜩 찾아오고 매일 아침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할 이유가 또다시 생기고 만다. 오늘 아침도 자리에 앉아 명상한다. 더 지혜로워질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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